◇훈훈한 상생의 길=명동 사채업자 A씨는 지난달 중순께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건설사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이 후배는 현재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한 대형건설사에 지난 연말에 납품했다. 대금은 오는 5월에 결제되는 6개월짜리 어음. 전화를 건 이유는 당장 자금이 필요하니 이 어음을 할인해줄 수 있겠냐고 것이었다.
A씨는 "채권단 핑계를 대면서 둘러댈 수도 있었겠지만 하청업체와 오랜 관계를 고려해 상생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업체들이 늘어나 경색된 시장 분위기가 하루빨리 활기를 찾았으면 하는 게 우리 업자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명동 관계자는 "코스닥 업체 간 M&A 과정에선 인위적인 주가 부양 작업이 있기 마련인데 수사당국의 감시망에 걸릴 경우 대출 업체마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세무조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업자들은 선뜻 대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증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점도 사채업자들이 쉽게 돈을 풀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들 M&A 세력들은 저축은행이나 사채시장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차명으로 주가를 사 모으며 주가를 띄우는 작업을 펼치는데, 주가가 일순간에 하락 반전해 매각타이밍을 놓치면 원리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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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관계자는 "아무리 잘나가는 상장사에게도 거래급감과 주가하락, 평판악화의 3각 파도가 일순간에 닥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금을 바로 회수할 수도 없고 담보로 받은 주식을 처분할 길로 막막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