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트만 37년 중기, 까다로운 닛산 뚫은 비결

화성(경기)=박종진 기자 2010.03.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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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강, 日 닛산 최초로 뚫었다…품질로 승부한 한국 부품사 쾌거

#지난해 9월,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부품 회사 풍강 (3,170원 ▼15 -0.47%)의 직원 모두가 돋보기를 들고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임원과 사무직 직원들까지 달려들었다. 너트의 작은 흠집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가 일본 닛산자동차에 수출을 타진하던 중 너트에 흠집이 있다는 불만이 닛산으로부터 제기되자 36년 전통의 자존심을 걸고 있던 이 회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흠집 찾기에 나섰다. 기능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존심상 허락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불과 지름 6mm에 불과한 너트 2만 여개를 사흘 밤낮을 샅샅이 뒤져 결국 문제의 흠집을 찾아냈다. 해당 너트들을 통해 특정 공정에서 흠집이 생기는 걸 확인해냈다.

자동차 한 대를 완성하는데 통상 150~200종류의 너트가 들어가는데 100분의 1 내지 2mm의 고도 정밀도를 요구한다.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용 너트 납품회사는 3박자를 갖춰야 한다. 고도 정밀도에다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매일 그것을 납품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사는 한 달의 3000만개 가량의 너트를 납품하면서 불량률 제로를 실현해내고 있다.

◇닛산 공급 규모 수십억 넘을 듯…해외수출 본격화
까다로운 닛산의 납품 길을 뚫은 건 국내 볼트·너트업계 중 풍강이 처음이다. 이 회사로서도 첫 해외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의 직수출이다.

정식 발주된 건 아직 3개 품목, 3개월분 450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변이 없으면 3개월 단위로 발주가 이어지며 품목과 수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실차 장착 테스트 중인 1개 품목은 3개월 이내에 신규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회사 측은 공급규모를 13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풍강은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토요타 대량 리콜사태로 품질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완성차 납품을 성사시켜 자신감도 붙었다.



우선 르노삼성을 통해 르노그룹에 너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10여 개 품목에 대해 여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또 GM 인도공장 등에도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GM대우를 통해 소량이 납품되고 있다.
↑ 풍강 화성공장에 설치된 비전자동선별기 라인 전경.↑ 풍강 화성공장에 설치된 비전자동선별기 라인 전경.


◇37년 장인정신이 '힘', 자체개발 자동선별기는 '덤'
지난 2007년 안양에서 옮겨온 경기도 화성공장의 첨단설비가 경쟁력이다. 공장에 들어서면 12대의 비전자동선별기(카메라를 이용해 제품을 자동으로 선별하는 장치) 라인이 따로 돌아가는 게 눈에 띈다.

사각 통에 가득 든 너트를 제품별로 해당 선별기에 쏟아 부으면 순식간에 너트를 자동 정렬해 카메라가 찍는다. 최대 분당 500개까지 불량품을 유형별로 인식할 수 있다. 정상제품들은 숫자에 맞게 포장용기에 자동으로 담긴다. 지난해에만 8대를 새로 도입한 최신설비다.

닛산 본사에서 실사를 나와서도 "우리한테 공급되는 제품도 꼭 이 선별기를 거쳐 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더구나 풍강은 이 선별기를 자체제작하고 있다. 수입제품은 대당 7000만원대인데 비해 직접 만든 선별기는 4000만원으로 절반 가격이다. 풍강은 이 선별기를 상품화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풍강은 김창진 회장(71)이 지난 74년 창업한 이래 '장인정신'의 고집으로 37년째 너트 개발에만 몰두했다. 기업가 가문 출신인 김 회장은 평소 고객에 대한 '정성'을 가장 강조해 자연스레 품질을 최우선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았다.

특히 김 회장은 투명한 경영으로 덕망을 쌓아 화성으로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안양 상공회의소 회장에 11년간이나 추대됐다. 그는 현재까지 창업 때부터 함께 해온 염이용 사장(65)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풍강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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