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3不정책…정운찬 총리의 '총대 본능'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0.03.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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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의 '총대' 본능(?)이 화제다. 지난달 28일 교육방송(EBS) 대담 프로그램에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不) 정책'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데 대해 '총대' 총리라는 지적이 나온 것.

정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과 함께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용산 참사 문제와 세종시 문제를 떠맡으면서 현 정부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총대를 멨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총리의 '총대' 행보는 국무총리 취임 전 교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7월 당시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적자" 발언이 대표적이다.

한국 산업의 상징이었던 삼성전자 반도체에 대해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정 총리의 전망은 당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회 일각에서는 "사회 지도층이 자신에겐 피해가 없다고 국익에 위배되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가 분위기는 달랐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D램 '치킨게임'이 촉발되며 적자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감히 어떤 애널리스트들도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을 언급하지 못했다. 따라서 정 총리의 소신 있는 발언은 업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001년 3분기와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정 총리는 또 2002년 2월 사회과학대 학장으로 나서며 "외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서울대 위기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봉사하는 심정으로 나섰다"는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후 직선제 총장에 출마해 당선되면서는 '서울대 위기론' 돌파의 전면에 나섰다. 총장 재임 중인 2005년 5월에는 3불 정책과 총장 선출방법,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등에 대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권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 총리는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하고 △총장 선출도 간선제로 강제할 것이 아니며 △의학전문대학원 전환도 교육부가 강요할 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 또 양극화 해소의 방안으로 제기된 '지역균형 선발제'를 '역차별'이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용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같은 해 11월 부산 사격장 화재참사를 당한 일본인 유가족에게 무릎을 조아리며 사죄한 장면도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는 정 총리의 기질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정 총리의 '총대' 행보에 대해 지인들은 "정 총리 고유의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제자 그룹인 '금융연구회'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대 총장 재임 당시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 대한 파면 결정을 예로 들며 정 총리의 타고난 '기질'에 대해 말했다.

전 교수는 "당시에도 정 총리와 황 교수가 같은 충청사람인데 어떻게 내치느냐며 비판이 많았다"면서도 "아픔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사회의 연구 윤리가 발전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어 "갈등의 과정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맞닥뜨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 총리는 갈등 가능성이 있다고 물러서는 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같은 모임의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 총리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생각에 책임을 지는 분"이라며 "본인의 판단이 서면 다른 사람이 비판한다고 뜻을 굽힐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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