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강조하지만 역량은 '수준이하' = MB정부는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식 관치교육, 평준화 교육으로는 절대 선진교육을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일선 학교와 대학에 대폭 자율을 넘겨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학교자율화와 대학자율화라는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집권초 교육부 폐지, 지역교육청 폐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부의 의지는 강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은 자율고 입학정원의 20%를 사회적배려대상자로 뽑을 것을 지시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지시할 경우 학교자율화 흐름에 배치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학교장을 믿은 것이다. 그러나 학교장들은 부적격자 대거 입학으로 응답했다. 일부 학교장들은 가만히 있는 학부모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기까지 했다.
◇'경쟁' '인성' 두마리 토끼잡기 = 최근 불거진 '알몸 졸업식' 문제도 '자율의 딜레마'와 관련이 깊다. MB정부는 교과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학교지원 부서를 대폭 축소시켰다. 교육분권 차원에서 초·중·고 학교업무는 지방에 넘겨주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학생생활지도 인력도 과거에는 한 과가 전담했지만 현재는 장학사 1~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막상 일이 터지자 화살은 경기도교육청이 아니라 교과부에 집중됐다. 전담부서가 사라진 교과부는 실태파악에도 애를 먹었다.
'졸업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에 이르면 상황은 더 갑갑해진다. 평준화를 정책기조로 삼은 과거 정부는 성공 여부를 떠나 인성과 전인교육을 강조했지만 현 정부는 대놓고 '경쟁'을 강조한다. 수능성적 공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간 경쟁, 학교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전인교육까지 강조하려니 왠지 면이 잘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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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다른 관계자는 "교육계 대립구도가 좌우 이념 중심에서 교육수요자 대 공급자 중심으로 변화돼 가고 있지만 모든 잘못의 책임이 교과부로 집중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자율과 분권 정책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