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교육정책 '자율과 경쟁' 딜레마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3.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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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관치'에 익숙한 학교현장 자율역량 부족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어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자율과 경쟁을 무기로 공교육 선진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이루겠다는 목표지만 학교 현장은 자율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경쟁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자율 강조하지만 역량은 '수준이하' = MB정부는 지금까지의 중앙집권식 관치교육, 평준화 교육으로는 절대 선진교육을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일선 학교와 대학에 대폭 자율을 넘겨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학교자율화와 대학자율화라는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집권초 교육부 폐지, 지역교육청 폐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정부의 의지는 강력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지난 40여년 동안 관치와 타율, 지시와 감독에 익숙해진 교원들이 하루아침에 자율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자율도 '떠먹여주는 자율'이 됐다. 이번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 사건만 해도 교육당국이 학교의 자율역량을 너무 믿은 탓이 컸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도교육청은 자율고 입학정원의 20%를 사회적배려대상자로 뽑을 것을 지시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세세한 것까지 일일이 지시할 경우 학교자율화 흐름에 배치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학교장을 믿은 것이다. 그러나 학교장들은 부적격자 대거 입학으로 응답했다. 일부 학교장들은 가만히 있는 학부모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기까지 했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매관매직, 시설비리 등 최근 각종 교육관련 비리들은 우리 교육현장의 수준을 잘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하지만 이들을 믿고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쟁' '인성' 두마리 토끼잡기 = 최근 불거진 '알몸 졸업식' 문제도 '자율의 딜레마'와 관련이 깊다. MB정부는 교과부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학교지원 부서를 대폭 축소시켰다. 교육분권 차원에서 초·중·고 학교업무는 지방에 넘겨주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학생생활지도 인력도 과거에는 한 과가 전담했지만 현재는 장학사 1~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막상 일이 터지자 화살은 경기도교육청이 아니라 교과부에 집중됐다. 전담부서가 사라진 교과부는 실태파악에도 애를 먹었다.

'졸업식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에 이르면 상황은 더 갑갑해진다. 평준화를 정책기조로 삼은 과거 정부는 성공 여부를 떠나 인성과 전인교육을 강조했지만 현 정부는 대놓고 '경쟁'을 강조한다. 수능성적 공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공개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간 경쟁, 학교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전인교육까지 강조하려니 왠지 면이 잘 서지 않는다.


교과부 다른 관계자는 "교육계 대립구도가 좌우 이념 중심에서 교육수요자 대 공급자 중심으로 변화돼 가고 있지만 모든 잘못의 책임이 교과부로 집중되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자율과 분권 정책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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