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나 지금 떨고 있니?'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3.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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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PF대출 줄이고 서민금융 늘려라" vs, 업계 "서민금융만이 능사는 아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 규제를 강화하려는 금융감독 당국의 움직임에 저축은행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일 내놓은 '제2금융권 PF대출 규제강화 방안'이 서민금융 확대를 독려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당국의 정책 방향이 지나치게 서민금융 강화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대형저축은행들은 전체 대출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미만으로 당국이 내놓은 PF 대출 규제 조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PF대출을 총대출의 30% 이내로 제한하는 '30%룰'을 강화해, 이를 초과한 대출에 대해 위험가중치를 현재 100%에서 120%로 높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별로 PF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43.8%를 기록한 부산저축은행을 제외하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23.8% △한국저축은행 22.1% △솔로몬저축은행 21.7% △제일저축은행 15.16% △토마토저축은행 12.2% △HK저축은행 12.0% 등으로, 강화된 '30%룰'에 직접 적용되는 곳은 거의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지난 연초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지원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PF대출을 옥죄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당장 '30%룰'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관련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의 의지대로 당장 서민금융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아 저축은행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일본계 대부업체가 관련 시장을 장악한데다, 공익적 성격의 서민금융전문기관인 미소금융재단 마저 출범하면서 저축은행들이 뛰어질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서민금융강화 기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저신용자들에게 자꾸 빚을 권하고 있다"며 "서민대출의 경우 선진화된 대출심사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된 저축은행들이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간 자산부실화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당국의 정책방향이 저축은행별로 업무 영역을 특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가 PF 전문 저축은행이나, 자영업자 사업자금대출 전문 은행, 시장 상인 대상 일수전문 저축은행 등으로 업무영역을 특화하도록 유도해 저축은행별로 고유의 경쟁력을 갖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든 저축은행들이 서민대출을 늘린다면 자산부실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서민 또는 중소기업 관련 대출영역을 업계에서 분담해서 특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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