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뜻 좋은데 왜 잘 안되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3.03 10:07
글자크기

[미소금융-주요 이슈와 중점 추진사항]

"미소금융 대출요건이 까다로워 실적이 부진한 것 같습니다. 3월 말까지 미소금융 운영현황을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미소금융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미소금융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과제' 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김승유 이사장이 출범 100일도 안된 미소금융에 대해 이같이 말한 이유는 뭘까.



현재 미소금융재단에서 창업자금을 빌리려면 사업비용의 50%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사업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사업자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하고 있어야 한다. 또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로 낮아야 하는데 이보다 높은 5∼6등급인 사람들이 지점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미소금융 대출 절차도.(자료: 미소금융중앙재단)↑ 미소금융 대출 절차도.(자료: 미소금융중앙재단)


◇2010년, 미소금융 이슈는=김승유 이사장은 미소금융이 서민을 위한 금융제도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1만4708명이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했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은 고작 300여 명에 불과해서다. 그는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자활의지가 있는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창업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선 그 취지에 맞게 수혜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수요자가 미소금융의 이점을 체감할 수 있도록 운영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처럼 2년 이상 영업 요건(운영자금)과 50%이상 자기자금 요건(창업자금)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원액이 적어 실효성이 크지 않아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소금융은 자활의지가 있는 서민들의 창업 등을 대출과 사후관리를 통해 밀착 지원하는 사업. 이것만으론 저 신용 층 금융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즉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 신용 층은 약 850만 명으로 1인당 1000만 원씩만 빌려줘도 총 85조원이 필요하다. 미소금융 10년간 지원규모는 약 2조5000억 원이다.


미소금융 사칭에 따른 피해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미소금융의 유사명칭을 사용하거나, 미소금융을 사칭하는 대부업체나 브로커들로부터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유사명칭 사용 사례가 많다. 일부 대부업체가 미소캐피탈, 미소에셋, 미소론 등을 사용해 영업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기존 사업자와 서민금융회사가 위축된다는 문제도 있다. 미소금융은 서민금융회사조차 이용하기 곤란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서민금융회사에 대해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김 이사장은 "미소금융은 민간차원의 사업으로 공적규제의 필요성이 적고 현행 휴면예금관리재단법으로도 중앙재단이 지역법인을 감독할 수 있는 포괄적 근거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투명성과 효율성을 위해 법제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KB미소금융재단 도봉지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 국민은행)↑ KB미소금융재단 도봉지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사진: 국민은행)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미소금융 수행기관의 수와 폭을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올해 총 70개 지점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기업과 은행 재단에서 자율적으로 자체 지점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소금융 관련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수혜자의 채무상환능력에 비해 과다한 중복지원이 되지 않도록 마이크로 크레딧, 일반 금융회사 대출 및 각종 정책자금 지원정보를 연계하여 통합정보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한국형 마이크로 파이낸스를 위한 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특정계층이나 맞춤형 사업을 개발하고, 자금지원방식도 수혜자 여건에 맞춰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미소금융 중앙재단의 역량 강화도 절실하다. 미소금융사업 확대에 따라 학계와 연구소, 현장전문가 등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의견수렴과 정책방향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미소금융의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지역지점의 대출금, 수혜자, 회수 등 현황에 대한 구체적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점을 대상으로 '올해의 미소금융대상'을 선정해서 실적이 우수한 지점을 포상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미소금융을 위한 제언= 전문가들은 국내 서민금융공급의 계층구조를 확립하고, 계층별로 적합한 지원체계와 금융권별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미소금융 사업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사업의 지속가능성 제고, 사업 목적과 대상의 특성에 부합하는 사업모델 구축, 전문 인력 확보와 양성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재정자립도와 지속적인 재원지원 확보가 필요하다"며 "사업목적과 대상의 특성에 부합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운영인력 확충 및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