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업자, 낙동강 오리알?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3.0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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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개인신용대출은 이미 일본계 손에…시스템 개발 투자여력 없어

명동 사채업자들이 개인 소액신용대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명동은 원래 중소기업이나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에 특화된 곳이지만, 지난 연말 전자어음 발행이 의무화된 이후 어음물량이 급감해 신규 수익처 발굴이 절실해진 탓이다.

◇신용대출시장은 이미 일본계 손에=명동 사채업자 J씨는 지난해 상반기 기업금융에서 개인금융으로 업종을 전환한 동료 업자의 사무실을 지난주 방문했다. 중소형 건설사를 둘러싼 부도설과 전자어음법 시행 여파로 J씨가 운영하는 사채업체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개인 신용대출시장 진출을 고민 중이던 터라, 동료 업자의 조언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업자는 J씨에게 "소비자금융시장 진출은 이미 한발 늦었다"며 "기업금융에서 활로를 모색하라"고 조언했다. 금융감독 당국에서 최근 대부업체에 대한 한층 강화된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아 등록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자산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당국으로부터 직접 감독을 받아야 해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미 개인신용대출 시장을 장악한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선전화된 전산시스템과 대출심사시스템을 영세한 국내 업자들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점도 동료업자가 J씨의 업종 전환을 만류한 이유였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줄 전주를 만나기 쉽지 않은데다, 조직관리 비용과 마케팅 비용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J씨는 "얼마 전 도쿄에서 치러진 동아시아컵 한일전에서 러시앤캐시 광고가 경기장을 도배한 것을 국내 사채업자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일본계 업체들의 자금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비자금융시장에 진출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대형저축은행들도 속속 진출=게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서민금융 확대 압력을 받고 있는 대형저축은행들마저 속속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어 국내 사채업자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너스통장인 대출카드까지 판매하는 등 이미 개인신용대출 시장은 일본계 대부업체와 국내 대형저축은행간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결국 어음할인과 같은 기업금융영업을 접는 사채업자들은 부동산후순위담보대출이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자금대출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이쪽 시장엔 아직까지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손이 닿지 않아 국내 사채업자들은 조심스럽게 관련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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