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노하우 짜내는 종합예술 M&A에 새길 있다"](https://thumb.mt.co.kr/06/2010/02/2010022811471692638_1.jpg/dims/optimize/)
◇M&A의 '새로운 길' 개척=김 변호사는 M&A에서 기업 경영의 새로운 길을 본다고 한다. 그는 경쟁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흥미로운 거래를 다수 성사시켰다. 제일화재 (0원 %)와 한화손해보험 (4,995원 0.00%)의 합병은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보험사간 합병으로 꼽힌다. SK텔레콤 (51,500원 0.00%)이 신주인수 방식으로 하나카드에 지분을 투자한 것은 국내 통신사와 신용카드사 사이의 첫 전략적 제휴였다.
이후 이들 자회사와 모회사들이 다시 교차 합병하는 새로운 방식의 M&A 딜을 도입했다. 그야말로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는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비결 아닌 비결을 말한다.
M&A 분야에서 '딜소싱'(기업발굴)은 가장 중요한 화두다. 자금 여력과 인수 의지가 높을수록 인수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변호사에게 M&A란 딜소싱뿐 아니라 적정한 가치 산정, 인수 전략, 통합방안 기획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지식과 경험이 총동원되는 '경영의 종합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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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수대상 기업이 성장해 인수회사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 진다"고 말한다. M&A 고수다운 발언이다.
김 변호사의 M&A 자문 경력은 17년. 199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직후부터 로펌에서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거래 자체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척박했던 국내 M&A 시장에서 특유의 끈기로 버텨냈다.
외환위기 직전 그가 성사시킨 P&G의 쌍용제지 인수는 외국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를 의미하는 첫 대형 크로스 보더 M&A가 됐다. 이후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필두로 SK, CJ, 휴맥스 (2,075원 ▲5 +0.24%), 풍산 (65,300원 ▲2,000 +3.16%), 풀무원 (0원 %) 등 회사 분할작업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LG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국내 최초로 현금 대신 신주를 발행해 주는 교환공개매수였습니다. 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공개매수 절차도 까다로워 쉽지 않은 작업이었죠. 하지만 전환이 끝난 뒤 법원의 현물출자 인가 기록을 수천만 원에 사겠다는 기업까지 등장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혹독한 교육으로 '프로의 세계' 알게 되다=김 변호사의 딜 실력은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로펌에 발을 들여놓은 직후 선배에게서 '프로란 무엇인가'에 대해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그가 처음 쓴 의견서는 '주류도매상이 전체 소주 구입량의 50% 이상을 해당 지역의 소주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한다'는 주세법의 자도주 규정이 소주 업체들의 전국 사업진출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이 규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힘들여 쓴 의견서를 본 선배의 반응은 이랬다. "네가 고객이라면 돈 주고 이런 의견서를 받고 싶겠냐?" 자존심이 확 구겨졌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프로의 세계를 확실히 알게 해 준 짧지만 인상 깊은 꾸지람이었다.
후배들에게는 행여 마음의 상처가 될까봐 선배처럼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술자리에서 "내가 그렇게 혼났다"고 얘기하며 프로의 세계를 가르친다.
성실함과 열정 또한 김 변호사를 고수로 만든 원동력이다. 김 변호사의 마지막 실사는 11년 전이었지만 그에게 실사는 아직도 지긋지긋 기억이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1999년 제일은행 매각을 자문했을 때는 모처럼 가족과 해외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 실사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었다. 밤을 꼬박 새워 만든 리포트를 아침 7시에 제출하고 3시간 후 비행기에 탑승, 겨우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다.
◇올해 대형 M&A 힘들 것…효성-하이닉스 인수 불발 안타까워=김 변호사는 향후 M&A 시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도 대형 M&A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가운데 기업의 명운을 걸고 대형 M&A에 참여한다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효성 (59,000원 ▲1,100 +1.90%)의 하이닉스 (235,500원 ▼1,000 -0.42%) 인수가 불발된 것을 안타까운 딜로 꼽았다. 첨단기술을 가진 회사를 국내 기업이 인수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역차별이자 '기업 발목잡기'라는 것이다.
M&A를 계획하는 기업에는 철저한 검토와 준비를 당부했다. 경쟁이 과열돼 '무조건 먹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덤비면 뒷감당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인수 주체가 M&A 이후 인수대상의 경영에 안정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M&A의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김 변호사는 최근 서울대 로스쿨이 창간하는 법률 간행물 서울대 로 리뷰의 초대 필진으로 섭외됐다. M&A 실무 비법을 담은 책도 낼 예정이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는 그는 "주위의 관심이 커지면 더 완벽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한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