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를 둘러싼 직장인과 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사주로 대박이 예상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미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은 이들도 있다. 상장을 앞둔 회사 직원들은 우리사주에 청약할지 말지가 고민이다. 또 회사에서는 우리사주를 둘러싼 직원간 위화감 해소도 걱정이고 공모가보다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사기 저하에 대한 우려도 큰 실정이다.
3월 중순 상장을 앞둔 대한생명은 26일 현재 우리사주에 대한 가청약을 진행 중이다. 직급별로 1인당 7500(사원) ~ 3만주(임원)까지 배분할 예정이다. 공모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공모희망가액이 1만원 안팎이고 전량 청약을 가정하면 개인별로 7500만 ~ 3억원까지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하지만 1만원 안팎의 공모예상가와 향후 주가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한생명의 공모희망가는 현재 삼성화재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가치 산정(삼성화재 주가수익배율(PER) 13배, 대한생명 17 ~ 18배)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공모 이후 주가가 신통치 않았던 동양생명과 마찬가지로 대한생명도 비슷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양생명의 공모가는 1만7000원이었고 현재는 1만3000 ~ 1만4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삼성생명의 고민은 또 다른 곳에 있기도 하다. 이전부터 주식을 가졌던 이들이라면 대박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새롭게 청약을 독려할 유인이 부족하고 직원들 사이의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
한편 우리사주와 관련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회사 직원들도 있다. 현재 신한카드로 사명이 바뀐 구 LG카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2002년 당시 LG카드 임직원들은 주당 5만8000원에 기업공개를 할 때 주로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했고 이후로도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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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주가가 폭락한데다 두 차례의 감자까지 겹치면서 투자금의 99%를 날리는 손실을 입었다. 또 이후 노사합의에 따라 대출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성과급이 지급됐지만 세금(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실제 대출금의 50 ~ 60%만 지원된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카드의 한 직원은 “현재까지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계좌를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아 내버려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현재 진행형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금호산업 (3,210원 ▼30 -0.93%), 아시아나항공 (9,770원 ▲280 +2.95%)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2007 ~ 2008년에 한때 공모가(금호산업 3만2200원, 아시아나항공 7500원)를 상회하거나 두세 배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그룹의 유동성 부족사태 등을 겪으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 우리사주를 가졌던 이들이라면 처분 시기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가질만 하다. 5000 ~ 5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했던 미래에셋증권은 2007년 11월 주가가 절정일 때 19만7100원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후 2008년 10월에는 4만원대 중반까지 빠졌다 현재는 5만원대 후반. 이밖에 2006년 2월 상장한 롯데쇼핑도 공모가 40만원을 넘어선 기간은 몇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우리사주는 여윳돈으로 10~20년간 장기간 보유한다고 생각하고 무리하게 대출받는 것은 금물”이라는 의견을 내놓곤 하지만 회사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자의반, 타의반 결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우리사주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