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또 검은 커넥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0.02.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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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CDS 베팅에 '불안 키우기' 동조 의혹

급격한 변동성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던 그리스 국채 시장이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의 발언으로 또다시 출렁였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투매가 발생하며 25일(현지시간)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대비 13.6bp(2.09%) 급등(국채 가격 하락)한 6.652%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만기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도 354.2bp로 전일보다 162bp 확대됐다.

◇ 무디스, S&P 한마디에 그리스 국채 또 급락



피에르 까이유토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책임자는 이날 오후 도쿄에서 가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안을 목표대로 시행하는 데 실패할 경우 한 달 안에 국채 신용 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몇 시간 앞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 애널리스트들도 그리스에 대한 1~2 등급 정도의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이 한 달 내로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특히 무디스의 발언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무디스가 그리스에 책정 중인 국가신용등급은 A2로, 이는 S&P나 피치가 그리스에 대해 유지하고 있는 'BBB+'보다 2단계 높다.

그리스 은행들은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왑 거래를 맺고 있는데, 무디스마저 다른 신평사 수준으로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낮출 경우 그리스 국채가 담보로서 자격을 상실하며 그리스 은행들의 자금줄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이날 그리스 국채 투매 현상에 대해 "모든 책임을 그리스에만 지우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그리스가 추가적인 자금난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 판단해 국채를 판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은 합리적이며, 무디스가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을 경고한 근거도 합당했다.

그러나 소수 신평사가 단행한 신용등급 하향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강화, 국가 전체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위험이 확대재생산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FT는 전했다.

◇ 월가-신평사 금융위기 검은 커넥션 재현?!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월가 투자은행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발언으로 그리스에 대한 불안감을 시장에 재차 부각시킨 대형 신평사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한다.

현재 골드만삭스 등의 투자은행들은 투기성 신용부도스왑(CDS) 거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스 CDS 프리미엄'을 거래하는 투자은행들은 그리스의 국가부도 가능성이 높아질 수록 늘어난 차익을 얻게 된다.

이날 벤 버냉키 미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리스 CDS 등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한 일부 금융사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골드만삭스 등 월가 투자은행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국가나 기업의 불안을 조장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 사민당도 G20(주요 20개국) 차원의 CDS 투기 제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민당의 재무 담당 대변인 레오 다우첸베르그는 24일 CDS 관련 규정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디스, 피치, S&P 등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 신평사는 2007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월가와 함께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신평사들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 등 투자은행이 만들어낸 구조화 상품에 최고 등급인 'AAA'를 무분별하게 부여해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평사들은 구조화 상품 거래 시 수수료 수익을 챙겨왔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에 지난해 7월 미 정부는 대형 신평사들이 자신이 등급을 평가한 기업의 자문을 맡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신평사 부정 방지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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