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 공개'…고교등급제 우려↑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2.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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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연구목적 한정…공개절차 마련할 것"

대법원이 25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원데이터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교육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성적 공개 정책에 정당성이 부여돼 경우에 따라 '고교등급제'가 부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조전혁(소송 당시 인천대 교수,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 이명희(공주대 교수), 신지호(한나라당 국회의원) 등 원고 3명에게 2002학년도부터 2005학년도까지의 수능 원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 11일에도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에 2008학년도 수능의 원점수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리긴 했지만 그 때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학사모 판결은 2008학년도 한 해에만 한시적으로 치러진 수능등급제에 대한 보완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 판결은 학교명까지 전부 공개하라는 것이어서 전국 2200여개 고교의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합법적으로 매겨질 수 있다. 연도별, 지역별 순위는 물론이고 강·남북 격차 등 온갖 서열화 정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

이런 점을 우려해 교과부는 계속 수능 원데이터 절대 공개불가 원칙을 고수해 왔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더 이상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교과부는 대법원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우선 원고 3명에게 2002학년도부터 2005학년도까지의 수능 원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이다.

다만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연구목적으로 공개를 청구한 경우 사회적으로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어디까지를 '연구목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때문에 교과부는 원고 외 다른 일반인의 청구 요청의 경우 관련 절차 기준을 마련해 이번 판결 내용에 부합되게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연구목적 외에 무분별하게 자료가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 제공 방법을 제한하거나 유출 금지에 대한 다짐을 받고 자료 유출시 손해배상 및 향후 정보공개 거부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양성광 교과부 인재기획분석관은 "연구목적에 한해 자료를 공개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공개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연구계획서를 면밀히 살펴 연구목적에 맞게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구목적'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 대학들이 서열화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과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국 고교석차가 어느 정도 나오더라도 이를 입시전형에 공개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는데 앞으로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하에서 대놓고 활용할까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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