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세종시…민생 말하는 의원이 없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2.24 16:04
글자크기

영세자영업자 실업급여지급·휴대폰요금인하법 개정안 등 뒷전

# 사례 1. 경기도 부천시 중동에 사는 42살 김모씨는 10년째 운영해온 구멍가게를 접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적자 운영이 계속돼서다. 다음달이면 큰 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가게 말곤 수입이 마땅찮아 '울며 겨자먹기'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자영업자도 폐업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소식에 기대를 걸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 사례 2. 수도권 중소기업 영업사원 박모씨는 휴대폰 요금 때문에 죽을 맛이다. 업무 특성상 1달 평균 요금이 20만원을 넘는다. 아이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이다 떠들썩하지만 최신기종은 살 생각도 없다. 정부는 몇 년째 통신요금을 내리겠다는 말뿐이다. 맞춤형 요금제로도 감당 안 되는 통신비 때문에 휴대폰을 없애버릴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된 고용보험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몇 달째 묶여 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벌써 2년째다. 예정대로 처리됐다면 오는 7월부터 영세자영업자도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통신비 인하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지난해 정기국회 통과가 목표였다. 24일 현재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만 겨우 통과한 상태다.

온통 세종시…민생 말하는 의원이 없다


이뿐 아니다.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보육 지원이 골자인 영유아보육법은 저소득 가정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지자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위에 계류된 채 사실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의 불공정 거래를 제한하고 근로자의 다양한 퇴직연금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도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여야는 2월 국회를 시작하면서 앞다퉈 일하는 국회를 외쳤다. 일자리 국회를 강조하며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호언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서민과 지역, 미래를 위한 중점법안 114개를 처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2월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지난 18일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다룬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눈에 띄는 '실적'이다. 이나마도 카드사와 중소 가맹점이 수수료율 협의 단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가 여전히 '민생외면' 모드로 일관하는 데는 세종시 공방 탓이 크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부터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갈려 '논리싸움'에 빠져 있다. 국토해양위 기획재정위 등 국회 상임위도 세종시 문제에 얽혀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달 2일 2월 국회가 끝날 때까지도 나머지 민생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세종시 같은 정치사안은 책임소지에 딱 떨어지는 데 비해 민생법안 처리는 뭉뚱그려 '남탓' 공방으로 넘길 수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며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여든 야든 선거 표심이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가 출범한 뒤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은 7300여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결 또는 부결, 철회 등 처리된 법안은 2975건에 불과하다. 국회는 25, 26일 이틀간 본회의를 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