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 새하얀 매화..봄이 활짝 피었습니다"

최병일 기자 2010.02.25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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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별의 도시 '광양']도선국사 숨결따라 걷고, 섬진강변에서 매화꽃 보고

▲매화가 흐르러진 매화마을▲매화가 흐르러진 매화마을


춘래불사춘(春來不事春) 봄은 봄인데 아직 봄 같지 않다. 광양의 봄은 딱 그러했다. 지난 겨울 매서운 한파에 제 몸을 꽁꽁 숨기고 숨죽였던 매화는 겨우 수줍은 얼굴만 살짝 드러내었다. 광양은 이름 그대로 빛과 볕의 도시이다.

따스하게 빛나는 햇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따사로운 정이 섬진강처럼 흐르는 곳. 해마다 3월이면 눈부신 매화가 지천으로 피어 황홀한 순백의 서정을 만드는 광양으로 떠나는 1박2일의 여행길
▲섬진강의 모습 ▲섬진강의 모습


◆ 도선국사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황룡사지
병풍처럼 광양을 둘러싼 백운산은 신령한 기운을 간직한 영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와 호남벌로 뻗어나가는 백운산은 호남벌로 뻗어나가는 백운산은 섬진강 5백50리 물길을 갈무리 한다. 백운산의 골짜기로 조금만 올라가면 자연휴양림이 있다. 아직은 철이 일러 코끝까지 스치는 바람이 매섭지만 삼나무 편백나무의 푸르름조차 앗아가지는 않았다.

피톤치드가 뿜어 나오는 숲속을 걸어가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백운산 자락에는 옥룡사지가 있다. 지금은 절터조차 없어져서 복원조차 힘들어 졌지만 옥룡사지는 신라말기 승려인 도선 국사가 머물며 수 백 명의 제자를 양성하다 입적한 유서 깊은 유적지다.



도선 국사는 뛰어난 도력에 비해 한국 불교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적인 풍수사상을 집대성해서 마치 '풍수쟁이'의 시조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예언에도 능해 헌강왕 재위중인 875년 "지금부터 2년 뒤에 반드시 고귀한 사람이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예언대로 송악에서 태조가 태어났다고 한다. 이 예언 때문에 태조 이후의 고려왕들은 그를 극진히 존경하였다.
▲황룡사지 근처 동백나무 숲▲황룡사지 근처 동백나무 숲
옥룡사지 터에는 청자 백자는 물론 수막새 분청접시 명문비편 90여점 부도전지 등이 발견되었으며 도선 국사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나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옥룡사지 부도탑으로 향하는 길은 동백나무 숲을 이루어져 있다.

여리게 몇 개의 동백이 벌써부터 빨간 얼굴을 드리밀고 있다. 땅의 지기가 너무 약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숲을 조성한 것인데 동백꽃이 울창할 때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조망을 연출한다. 남부지방의 사찰 동백나무 숲의 원형을 간직한 이 숲은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동백나무 숲길 옆에 도선 스님의 사리가 모셔진 부도탑과 함께 거대한 불상이 보인다. 높이만 40m에 이르는 동양 최대의 청동약사여래불이 있는 사찰로 지어진지는 20여 년 정도 된 운암사다.

도선은 황룡사지에만 있지 않다. 그의 이름을 딴 도선국사마을은 제대로 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선국사마을의 명물은 원님이 식수로 애용했다는 사또 약수터. 이곳에서는 다도 도자기 염색에 전통 손두부 만들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어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봄 사랑이 알큰하게 풍기는 매화마을
매화를 빼놓고는 광양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섬진강변 다압리 일대에 위치한 매화마을은 해마다 3월이 되면 매화가 군락을 이룬다. 매화를 보면 미당 서정주의 시가 스치고 지나간다.

"매화에 봄 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 전문)

▲매실명인 홍쌍리 선생 ▲매실명인 홍쌍리 선생
매화마을의 중심에는 매실 명인 홍쌍리 여사가 일군 6만 평 규모의 매실농원이 있다. 10만 그루가 넘는 매화가 화사하게 피어날 때면 봄맞이 관광객들의 마음에도 새하얀 봄이 자리 잡는다. 꽃은 산을 넘어 사태를 이루고 다시 강으로 이어져 섬진강에 이른다.



농원 중턱에 이르러 매화동산을 보면 청보리 치마를 차려입은 하얀 저고리 같다는 홍쌍리 선생의 표현이 그야말로 시구처럼 귀에 닿는다. 밤 농사를 짓는 집안에 시집와서 갖은 고생 끝에 매실 명인이 된 홍쌍리 선생의 모습은 매화처럼 아름답다.

그녀는 매화를 딸처럼 느끼고 매실은 아들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오래된 노동으로 인해 등은 조금 곱고 손도 거칠어 졌지만 매화꽃처럼 그녀의 미소는 아름답다. 매화동산 중앙에는 매실을 담그기 위해 진열해놓은 옹기들이 줄을 지어 장관을 이룬다.

어느새 옹기에 들큰한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온다. 매실은 만드는 일은 사실 고된 일이다. 30kg 짜리 매실로 지성을 다해야 겨우 한 대접만큼의 원액이 나온다. 매실은 아픈 배를 낳게 하고, 피부를 반들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풍요롭게 만든다.



저녁이 되면 광양에서 가장 높은 거물이자 랜드마크가 되어버린 '마린타워'를 올라볼 일이다. 세계최대의 제철소인 광양 포스코 제철소와 컨테이너 부두가 밝혀놓은 불빛이 마치 별빛처럼 일렁인다. 광양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그 속에 매화향이 그윽하게 피어났다.

◆매실과 언양불고기, 고로쇠 남도음식의 정점
▲언양불고기▲언양불고기
광양에는 남도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무엇보다 광양의 대표 먹거리는 매실이다. 매실로 만든 음식들은 맛깔스럽기 그지 없다. 매실소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불고기 샐러드에 장아찌나물비빔밥, 오이초밥, 삼겹보쌈까지 풍성한 한상이 차려진다. 백운산 자락에 있는 '매화랑 매실이랑'에는 매실을 응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입을 즐겁게 한다.

언양불고기와 함께 전국적으로 이름 높은 광양불고기(광양숯불구이)도 그 맛이 일품이다. 불고기하면 국물이 풍성한 서울식 불고기를 연상하기 쉽지만 광양불고기는 갖은 양념을 하여 숯불에 구어 먹는다. 주물럭과 비슷하지만 맛이 더 고소하면서도 깔끔하다.



강굴이라 불리는 어른 손바닥만한 벚굴도 명물. 벚굴 중 큰 것은 무려 30cm나 된다.
여기에 더해 뼈에 이롭고 위장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고로쇠 약수까지 마시고 나면 광양 여행의 정점을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최고의 매실 맛보세요"…내달 광양매화문화축제
1997년 시작된 매화문화축제는 전국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매실과 매실 가공식품을 널리 알리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봄소식을 맨 먼저 전하는 축제이자 매화가 가지고 있는 지고하고 고결한 정신과 문화적 의미를 지역문화예술과 접목한 광양시 대표축제다. 율산 김오천옹 추모제, 영상개막식, 매천 황현선생 주제 창작 무용극이 열리며 광양매실향토음식경연대회, 남해성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매실음식만들기, 매화마을 유람하기, 매실씨 새총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14회째를 맞는 올해 매화축제는 3월13일부터 21일까지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일명 매화마을)과 섬진교 둔치일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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