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빙상 역사를 새로 썼다는 모태범과 이상화, 그리고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김연아는 이른바 '개발연대' 세대와 분명 다르다.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보다 집단,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 부모세대와 달리 상대적인 풍요로움과 서구화한 체형을 기반으로 개성과 스타일을 따진다. 경기를 즐기겠다는 여유와 자신감도 돋보인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젊은 스타들은 경영계에서 종종 인용되는 '재능있는 사람이 노력하는 이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는 이를 제칠 수 없다'는 금언의 증인이다. 그들이 이전 세대와는 한 차원 다른 경쟁력, 곧 '경기 즐기기'까지 요구받았고, 이를 갖춘 덕분에 글로벌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 한국이 하계올림픽의 육상 100m 경주에 비교되는 빙속 500m 쾌거에 들떠있던 지난주 후반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리에겐 다소 '생경한' 기사를 냈다. 무엇보다 아직 '노골드'(금메달 없음)인 이탈리아가 동계스포츠의 최강국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름 근거는 있었다. 한 나라의 스포츠실력은 올림픽 메달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만큼 경기 외적인 요인도 감안해야 하는 논리에 따라 인구와 1인당 국민소득, 평균 기온 등 8개 지표로 지난 16일 기준 메달집계 상위 10위국의 실력을 재평가했다. 나머지 지표는 영아사망률, 월간 차량판매대수, 흡연율, 하루 단백질 섭취량, 연간 음주량 등이며, 지표별 배점기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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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평가대상 10개국 가운데 평균 기온이 두번째로 높고 1인당 국민소득은 7위로 낮다는 '악조건'이 메달수의 약점을 상쇄했다. 반면 미국은 당시 메달순위 2위를 기록했으나 높은 국민소득과 낮은 흡연율을 감안할 때 실력은 8위에 그친 것으로 평가됐다. 메달 수에서 미국의 뒤를 잇던 한국은 6위로 분류됐다. 한국이 이 순위를 유지하면 대표팀의 목표(금메달 5개, 종합순위 10위권)는 '명실상부하게' 달성된다.
더구나 정부가 비인기종목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린다는 방침이어서 다음 올림픽 때는 스포츠 실력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 예산은 20억6000만원이며, 정부가 비인기종목 육성에 예산을 배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제2의 모태범, 제2의 이상화가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일본의 '노골드'가 정부의 지원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즐겁게 도전하고 신나게 땀 흘릴 수 있는 분위기를 가꿔나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