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업계 '시계 제로'…파업 확산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02.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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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트한자, 브리티시 일부 운항 취소, 프랑스 드골 공항 등 파행 운영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악화를 겪었던 유럽의 항공업계가 새해 들어서도 연초부터 '시계 제로' 상태다. 업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전격 파업으로 이어진 것.

독일, 영국, 프랑스 등 핵심 선진국에서 조종사, 승무원, 관제사 등 주요 직종의 노동자들은 22일(현지시간)부터 파업에 나섰다. 이로 인해 일부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프랑스의 허브 공항인 샤를 드골과 오를리 공항 등은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연쇄 파업의 비행은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 조종사들이 먼저 이륙 기어를 당겼다. 이날부터 4일 동안의 파업에 들어간 이들은 6.9%의 임금인상과 함께 사측이 최근 인수한 BMI와 오스트리아항공 소속 조종사들을 기용하지 않을 것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하루 약 800편의 운항 일정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사측은 이에 따라 하루 평균 약 330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가도 2% 떨어졌다.



아울러 루프트한자의 파업은 영국 브리티시항공 승무원들의 파업에 촉매제로 작용했다. 브리티시항공 기내 승무원들은 22일 파업 찬반 투표를 통해 다음달 1일부터 파업을 실시키로 결의했다.

브리티시항공측은 "투표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고 정당하지 않다"며 "업계에 새로운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사측은 앞서 올해 임금 동결과 정규직 3000명의 임시직 전환, 인력 비용 1억4000만 달러 감축 등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해 노조의 불만을 샀다.

한편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오를리공항에서도 수백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 관제사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절반에 가까운 운항 일정이 취소될 예정이기 때문.


프랑스 관제사 노조는 주변국과의 교통관제를 통합하는 정부 계획에 반발해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의 파업을 선언했다. 정부 계획이 시행되면 일자리와 수당이 급격히 줄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민간항공국(DGAC)은 관제사들의 이번 파업으로 드골공항의 운항 일정 중 25%, 오를리공항의 운항 일정 중 50%가 취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운항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트리크 갠딜 DGAC 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항공사들은 노조의 반발 때문에 구조조정 작업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을 비롯해 전세계 항공업계는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수익이 악화돼 감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아직까지 진행 중이며 노사 양측이 모두 구조조정과 파업 등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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