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원전 수출' 티켓 전쟁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0.02.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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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울진 원전 1,2호기 내달 2일 PQ시한 앞두고 대표사 경쟁 치열

정부의 한국신형 원전(APR1400) 수출에 동행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막판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1조4300억원 규모의 신울진 원전 1·2호기의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제출시한인 내달 2일로 다가왔지만 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한 건설사간 경쟁구도는 아직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는 것.

한국신형 원전(APR1400) 수출에 선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울진 원전 1·2호기를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막판까지 대형건설사간 이합집산이 계속될 전망이다.



◇PQ제출 시한까지 이합집산=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의 PQ 마감시한은 내달 2일이다. 이때까지 서류를 제출하려면 최소한 금요일까지는 컨소시엄을 확정해야 한다.

이처럼 PQ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경쟁구도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현재 신울진 원전 1·2호기의 대표사로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 (32,050원 ▲350 +1.10%), 삼성물산 (48,100원 ▲2,300 +5.0%), 대우건설 (3,720원 ▲70 +1.92%), 대림산업 (59,100원 ▲800 +1.37%) 등 4개사다.



한수원이 새 입찰공고에서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시공사간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같은 팀이 되지 못한다. 기존 입찰에서 대표사로 참여했던 대우건설과 대림산업도 대표사 자리를 내놓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종전처럼 4파전 구도가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극적인 대표사간 동맹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표사를 준비하고 있는 4개사 중 일부는 대표사간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에게 유리한 건설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러브콜을 한 건설사라도 받아들인다면 해당 건설사는 대표사 자격을 포기하고 단순 컨소시엄 멤버로 참여하게 돼 3파전으로 전개될 수 있다.


원전건설 실적사인 동아건설도 변수다. 동아건설은 기존 입찰에서는 어느 컨소시엄에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한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 참여를 협의하고 있다. 원전 시공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한수원이 신규사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지만 원전실적이 있는 동아건설이 컨소시엄에 합류하면 입찰기회를 놓치는 건설사가 나올 수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섣불리 경쟁구도의 변화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PQ 마감 직전까지 이합집산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형 원전 실적 따야 산다=이처럼 건설사들이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공사의 대표사 자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공사비가 1조4300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공사라는 점도 있지만 정부의 한국신형 원전(APR1400) 수출계획에 동행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무려 80기에 달하는 한국신형 원전(APR1400) 수주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한국신형 원전은 신고리 원전부터 적용됐기 때문에 실적을 보유한 건설사는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즉 신울진 원전 1·2호기를 대표사로 따서 시공실적을 인정받아야만 현대건설과 나란히 한국신형 원전 수출에 동행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과 달리 원전 대표사 경험이 없기 때문에 신울진 원전 1·2호기를 반드시 따야 전세계 원전시장에 대표사로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삼성물산은 UAE 원전 수주 당시 대표사 자격의 중요함을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간 대표사 경험도 중요하지만 한국신형 원전 실적 보유 여부가 회사의 명운을 가를 정도로 전세계 원전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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