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주어지지 않고 만드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0.02.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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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지점의 DNA] 외환銀 구성지점 '거북이의 기적' 스토리

한번도 1등을 못해본 거북이와 1등을 밥 먹듯이 하는 토끼가 경주를 한다면….
동화에선 거북이가 이기지만, 현실에선 경기가 열릴 수 없다. 결과가 뻔한 불공정 게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일이 생긴다. 외환은행의 용인 구성지점이 그 주인공. 이 지점은 지난해 하반기 전국 320개 외환은행 (0원 %) 소매금융 점포 중 1등을 차지했다. 그동안 중하위권을 맴돌았기 때문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구성지점은 '거북이의 기적'을 일궈냈다.



↑지난 1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환은행 우수 영업점포 시상식. 용인 구성지점이 소매금융 점포 1등을 달성했다. (사진: 외환은행 제공)↑지난 1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환은행 우수 영업점포 시상식. 용인 구성지점이 소매금융 점포 1등을 달성했다. (사진: 외환은행 제공)


◇"느려도 뛰면 이긴다"=구성 지점이 지금 자리에서 문을 연 것은 지난 1995년. 당시엔 인근에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럭저럭 영업도 됐다. 하지만 거주지역이 점차 줄어든 반면 상권은 확장되지 못했다. 당연히 실적은 정체일로. 15년 동안, 일 년에 두 번 실시하는 영업평가에서 줄곧 중하위권을 맴돌았고,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우리는 안된다'는 패배의식이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충원 지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점장은 '환골탈태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앉아서 하는 영업에서 발로 뛰는 영업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집단대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점장과 직원이 모두 주말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섰다. 천막을 치고 고객 유치전에 총력을 다 했다. 개인적 인맥도 총동원했다. 모임에 갈 때 카드 신청서는 필수품이었다.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찾아간 아파트 단지에선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문도 열어주지 않아 문밖에서 30분, 1시간이나 서 있다 서러운 눈물을 훔치며 발길을 돌린 적이 태반이었다.

◇"길게 보는 영업이 키"=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한번 딱지 맞았다고 포기하지 않고 고객의 마음을 열 때까지 찾아갔다. 생면부지인 통닭집에 찾아갔을 때 주인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시 찾아가 허드렛일을 도와주고 자식 얘기를 하면서 거리를 좁혔다. 결국 월 200만 원짜리 적금에 가입했다. 그 과정에서 주인이 더 고마워했다.


"고객에 상품 하나 파는 것보다 은행 직원의 진정성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이 지점장의 '길게 보는 영업'이 결실을 맺어가기 시작했다. 구두가 닳도록 찾아가는 노력이 쌓이면서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구성지점은 지난해 가계대출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총수신, 고객관리, 대출, 외국환 등에서도 높은 점수였다. 하반기 수신고는 1100억원. 상반기보다 100억원 늘어나며 목표를 112% 초과달성했다. 2008년에 8위에 머물렀던 지점순위는 작년 상반기에 5위로 오른 뒤 하반기에 결국 1위로 등극했다.

↑구성지점 직원들이 영업점에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구성지점 직원들이 영업점에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칭찬하면 기적이 일어난다"=구성지점의 기적 뒤에는 칭찬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직원들은 서로를 '식구'라 부른다.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가족처럼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준다. 출근할 때는 물론 영업에 나가고 퇴근할 때마다 서로 고객응대 방식과 신규유치 등을 칭찬한다.

'구성원 간 화합'을 강조하는 래리 클레인 행장의 경영철학이 구성지점의 현장에서 꽃피우면서 불가능을 현실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데 칭찬만 하면 결과가 없을 터. 구성직원들은 칭찬이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실력을 쌓는데도 힘썼다. 발이 부르틀 정도로 현장을 돌아다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그냥 퇴근하지 않고 삼삼오오 모인다. 금융자격증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이달 초에는 파생상품 투자상담사 시험에 3명이 합격했다.

구성지점 직원들은 지난 18일 '골든 슈'를 받았다. 땀과 칭찬과 공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황금 신발'을 거머쥔 것. 온 직원이 똘똘 뭉쳐 일궈낸 골든 슈의 기적. 그것이 한번에 끝나지 않도록 구성지점 직원들은 오늘도 구두끈을 힘차게 동여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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