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대등합병론' 수면위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0.02.19 16:50
글자크기

진동수 "조속 민영화위해 합병논의 가능"...은행권, 합병 시나리오 무성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식으로 '대등합병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합병도 논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시장에선 KB금융지주 혹은 하나금융지주를 우리금융의 합병 파트너로 거론하는 등 각종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확정해 하반기부터 민영화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은 지배지분 일괄 매각 방식 외에 합병을 통한 민영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금융 최대주주는 예금보험공사로 보유 지분율은 65.97%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배지분의 일괄 매각을 염두에 두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 경영권과 무관한 15.97%의 소수 지분을 블록세일 등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순차 매각하고 남아 있는 지배 지분(50%+1주)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낮춰 조속히 우리금융을 민영화하는 동시에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지배 지분 '일괄매각' 방식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자금력을 갖춘 인수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장 예보는 3개월의 지분매각 금지(락업) 기간이 끝나는 오는 24일부터 시장에 소수 지분을 팔 수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주가가 1만3000원대로 떨어져 있어 매각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민영화를 앞당기기 위해 제안한 자사주 매입 방안도 현재로선 성사가 불투명하다. 우리금융은 소수 지분 일부(8%)를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금융당국과 예보는 '차입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보유 지분을 분산 매각해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를 '과점주주' 형태로 가져가야 한다는 대안도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대등 합병' 방식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조속히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진 위원장이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원칙적으로 (우리금융의) 정부 보유 지분을 단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간이 걸린다면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형은행 탄생을 유도해 은행권의 새판짜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고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이란 정책 방향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합병 방안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우리금융의 유력한 합병 파트너로 하나금융과 KB금융이 거론되고 있다. 두 지주회사를 먼저 합치고 추후 계열은행의 통합을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합병 절차에 대한 얘기도 오간다. 어느 경우든 자산규모 면에서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올라서게 된다.

이 중 김승유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하나금융이 보다 적극적이다. KB금융도 올해 은행권 인수합병(M&A) 경쟁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합병 시너지 면에선 우리금융(기업금융)과 KB금융(소매금융)의 결합이 낫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주식 교환(스왑)을 통한 대등 합병의 경우 여전히 정부가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게 돼 민영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