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720개 영업점포 중 지난해 영업대상을 받은 종로3가 지점 얘기다. 통합 전 조흥은행 지점으로 1906년에 설립됐지만, 그동안 영업 잘했다는 이유로 변변한 상 한번 못타본 곳이다.
↑ 지난 1월16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09년 신한은행 종합업적평가대회'. 종로3가 지점이 영업대상을 받았다.(사진: 신한은행)
2000년대 들어 종로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거래 업체 절반 이상이 이주하며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 고객 대부분이 공구업체 등 영세업체 직원으로 신용도도 좋지 않았다. 최악의 조건이 지속됐고, 점포도 생기를 잃었다.
영업에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100여 개 업체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업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 1~2시간을 자진해서 뛰어다녔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던 업체들도 하나 둘 마음을 열고 거래를 트기 시작했다.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종로 3가 일대는 귀금속 상가가 밀집된 곳. 환율과 금값 폭등 상황이 연출되자 현금 거래가 많은 환전상이나 금 거래상들은 분단위로 포지션 거래를 요구했다. 직원들은 모든 선물 환과 현물 환 포지션 거래 명부를 작성하는 등 체계적인 고객 관리에 나섰다. 차별화된 서비스에 감동한 업체들이 하나 둘 점포를 찾기 시작했다. 결과는 지난해 상반기 '은상'으로 돌아왔다.
↑ 신한은행 종로3가 지점 전경.(사진: 다음 지도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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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원칙을 세웠다. 하루에 신용카드 10좌씩 새로 트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는 다는 것. 한 여름엔 에어컨도 없는 귀금속 공장에서 2시간 이상 기다렸다 카드를 텄고, 아크릴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는 이 전 지점장이 개인사정으로 일찍 퇴근하다 직원들에게 잡힌 적도 있다. 대뜸 "오늘 10좌 달성 못하셨는데요"라는 말이 나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급하게 목표치를 채운 뒤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12월이 되자 전투의지는 최고조에 달했다. 연초 대비 모든 평가부문에서 120% 이상 목표 달성했다. 2008년 1200억 원이었던 수신고가 1600억 원까지 뛰었다. 200좌 안팎이던 신용카드 신규 가입좌수도 290좌까지 늘었다. 연체율도 0.2%에서 0%로 낮췄고, 하위권을 맴돌던 고객만족도는 3위까지 올라갔다.
이 전 지점장은 "처음엔 수동적이었던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잘 따라줬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하루하루 목표를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 지난해 5월 봉사활동 모습. 서울 종묘 문화재 보존행사에 나선 종로3가지점 직원들.(사진: 신한은행)
그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장수와 병사가 뜻을 같이 하면 전쟁에서 승리 한다'는 의미다. 그는 "리더가 솔선수범하며 직원들을 먼저 감동시키고, 한마음으로 일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전쟁터인 영업 현장에서 서로 신뢰하며 가족같이 지낸 게 1등 비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