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속수무책'…학교무용론↑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2.2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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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부담 줄이는 게 근본 처방"

2007년 '학교개조론'을 쓴 이기정 교사는 책에서 도발적인 제안을 한다. 학생·학부모의 선택으로 학교나 학원 중 하나를 없애버리자는 것.

저자가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와 학원의 공존이 우리 교육의 최대 비극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하루 8시간 정도만 일하도록 권장받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야 하고 주말도 없다. 독서나 체험활동은 언감생심이다.



학원에 안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학교 교육의 질이 갑갑하다. 학원 수업을 위해 학교 수업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교사들의 수업진행은 더 어려워진다. 이럴 바에야 학교를 없애버리고 그 돈을 학원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묻는다.

"학교가 없어지고 학원만 있어도 학생들에겐 아무런 손해가 없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건 학원이건 한 쪽만 확실히 죽어 없어져 주면 좋은 것이다. 학원을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학교를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은 학교 교사들의 생각이고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다."



이 같은 '학교무용론'은 학교폭력 때문에도 힘을 얻는다. 최근 중학생 졸업식 알몸 뒤풀이 등 학교폭력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7일 오후 전국 시·도교육청 생활지도 담당 장학관 긴급회의를 소집해 학교폭력 차단 대책을 논의했지만 '실태파악', '엄중한 지도조치' 외에 뾰족한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건전한 졸업식 문화 조성 종합방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지난달 내놓은 '학교폭력 예방 5개년 기본계획'의 잉크도 안 말랐다"는 냉소섞인 반응이 주류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교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놓기보다 학교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한 고교 교사는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마땅히 누려야 할 즐거운 공간으로 보기보다 하루빨리 탈출해야 할 그 무엇으로 보고 있다"며 "지나친 학업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살면서 경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크게 공감을 얻는 것은 문제이지 않냐"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크게 줄이고 학습과 독서, 체험활동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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