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M&A, 반전은 없었다

더벨 민경문 기자 2010.02.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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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이 기사는 02월16일(11:4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반전은 영화의 묘미다.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보다가 관객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 나올 때 영화의 재미는 극대화된다. 결과가 빤히 보이는 영화치고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별로 없다.



예상 매각 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 하이닉스 (236,000원 ▲4,000 +1.72%)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비견될 만 했다. 하지만 이번 하이닉스 매각전의 흥행 참패는 일치감치 예상됐다. 이미 지난해 50대 그룹에 인수의향을 타진했지만 효성 외에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하이닉스였다.

주최 측(채권단)은 매각 성사를 위해 이례적으로 투자설명회까지 여는 등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였다. 인수금융과 매각 지분 축소라는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원매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인수의향서(LOI) 1차 마감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아직까지 하이닉스에 관심을 보인 기업이 없다는 점을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했다. 영화사 측에서 아예 스포일러(spoiler, 영화 등의 줄거리를 밝히는 것)를 따로 뿌린 꼴이다.

채권단 측은 LOI마감을 2주간 연장했다. 아직까지 충분한 검토시간을 갖지 못한 기업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쌓여만 갔다.

최종 마감이던 지난 12일.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작 준비했던 것인 양 장문의 보도자료가 오후 세 시를 기해서 각 기자들에게 뿌려졌다. 채권단 측은 M&A가 무산된 만큼 블록딜을 곧바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었다. 다만 어차피 정해진 결말이었다면 '무엇을 위한 LOI연장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남을 뿐이었다. 채권단 말대로 '충분한 검토시간을 갖지 못한 기업'들은 원래 없었는지도 모른다.

업계에선 LOI연장을 블록딜을 실시하기에 앞서 진행된 의례적 차원의 의사결정으로 보고 있다. 블록딜 추진과 관련한 적대적 M&A방어책이 벌써부터 불거진 것도 하이닉스 주인 찾기는 애초 뒷전이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특히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블록세일에 유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언제 성사될지 모르는 M&A를 기다리기보다 블록세일을 통해 하루 빨리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실리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외환은행의 매각 가치를 올리려는 최대주주 론스타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하이닉스 M&A전은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보도자료에서 외환은행은 향후에도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과는 언제든 상호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이제 너무 힘에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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