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25시]'키코' 첫 판결이 남긴 의미와 파장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배혜림 기자 2010.02.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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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키코(KIKO)'를 두고 벌어진 기업과 은행 간 본안소송 첫 판결에서 은행이 지난 8일 판정승을 거뒀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주면서 3년째로 접어든 '키코' 공방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이번 판결은 현재 계류 중인 100여건의 '키코 소송' 가운데 처음이란 점에서 유사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계약 아니다" VS "잘못된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임성근)는 수산중공업 (1,716원 ▼1 -0.06%)이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한 상품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팔아 거액의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키코는 환위험 회피에 적합한 상품이고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키코가 환율 변동성이 낮은 경우에는 오히려 위험 회피 기능이 일반 선물환보다 우수해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고 은행 측이 설명의무 위반 등 불공정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상품 자체가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있다는 기업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재판부가 여론을 의식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합리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줬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기업 측은 "재판부가 형평성에서 벗어난 너무 황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은행의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형사 고발키로 결의하는 등 사태가 확전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키코 계약을 맺은 기업들의 실현 손실은 2조9337억원에 이르고 있다.


◇'키코 분쟁' 2라운드 돌입‥항소심 및 유사소송 판결은?

키코 본안소송 첫 판결이 은행 측의 승리로 돌아가면서 해당 소송의 항소심과 유사소송이 어떻게 결론 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키코 관련 소송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불공정계약 여부와 계약조건 설명에 대한 신의성실의무 위배 여부다. 이번 판결의 영향으로 남은 소송도 은행 측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향후 항소심 과정에서 1심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설명의무 위반 등 은행 측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대부분 키코 계약이 비슷한 상황에서 이뤄진 점을 볼 때 남은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은행이 부당거래를 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과연 기업 측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번 '키코 사태'를 기업들은 위험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하고 금융권은 금융상품으로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코 소송 117건 계류 중‥내달 '도루코 소송' 선고



키코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2008년 8월 오토바이 수출중소기업인 S&T모터스가 키코 계약으로 48억원의 손실을 본 뒤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97개 중소기업이 13개 은행을 상대로 124건의 키코 관련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키코 사태'가 촉발됐다.

전체 소송 가운데 6건은 은행과 업체 간 합의로 취하됐고 수산중공업 소송을 제외하고 1심이 계류 중인 키코 소송은 모두 117건이다. 이 중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변현철)에 계류 중인 도루코와 은행 간 소송이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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