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노트]李대통령이 보는 '기업가 정신'

머니투데이 채원배 기자 2010.02.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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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아산이라면 어땠을까"

편집자주 청와대는 권력의 최고 중심부다. 때문에 청와대 사람들과 청와대가 구상하는 한국 정치·경제·사회상에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노트'는 정부의 경제정책 등 각종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메시지와 청와대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담고자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제34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범세계적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데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그동안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세계 경제 극복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는 민간부문이 '기업가 정신'으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 초 이명박 정부의 대표브랜드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였다면 이젠 그 자리를 '기업가 정신'이 차지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들 정도다.



'기업가 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나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의 의미를 이론적으로 정립한 최초의 학자는 조셉 슘페터다. 슘페터는 "기업가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창조적 파괴에 성공한 결과가 바로 경제발전으로 귀결된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처해 있는 국가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일까. 또 비즈니스 프렌들리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이 대통령의 철학은 지난달 24일~30일 인도·스위스 방문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새해 첫 방문지로 인도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정몽구 회장과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차가 민간 외교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도경제와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 됐다고 칭찬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UAE 원전 수출 등과 같은 국가간 계약이나 세일즈 외교는 대통령이 할 테니, 기업인은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기업가 정신으로 더 뛰어 달라는 게 대통령의 주문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소금융재단 출연, 세종시 기업유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유보 등 각종 정책을 놓고 재계 일각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하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서민 프렌들리를 전제로 한다"(지난해 9월 특별기자회견)는 것이다.

지난 1995년 출간된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가는 장사꾼이 아니다"며 "진정한 기업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가다. 진정한 기업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해결사다"고 역설했다.

재계 입장에서는 '기업을 너무 잘 아는 대통령'이 도움이 될 때가 많지만 피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눈에 띄는 투자가 크게 줄었고, 기업가 정신이 후퇴한 게 사실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업의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행히 삼성이 올해 사상 두번째인 26조5000억원을, 현대·기아차그룹이 10조5000억원을, SK그룹이 7조원 이상을, LG그룹이 15조원을 각각 투자키로 하는 등 4대그룹이 투자와 채용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사업보국'을 강조한 고 이병철 삼성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 회장 등 선대 창업자들이 이같은 투자규모에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기업에게 리스크를 고려하지 말고 투자에만 올인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는 기업가가 가져야 할 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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