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리콜사태, 반사이익을 취하려면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2010.02.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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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에세이]소비자, 종업원, 협력사, 주주, 사회를 존중해야

도요타 리콜사태, 반사이익을 취하려면


토요타자동차의 리콜사태는 토요타의 위기다. 토요타의 위기는 일본 제조업의 위기다. 일본 제조업의 위기는 일본의 위기다. 토요타 사태를 보면 2가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하나는 품질신화가 품질로 붕괴됐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미국과 미국인들의 토요타에 대한 폭발적인 분통이다. 왜 그런가.

첫째, 토요타 내부의 문제를 보자. 소비자의 불만을 과소평가했다. 무시했다. 도쿄신문은 이미 3년 전에 미국에서 토요타 픽업트럭 '툰드라'를 몰던 운전기사가 가속페달문제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토요타는 "차량 결함이 아니다. 운전자 습관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번 리콜조치도 자발적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아사히신문조차 사설에서 "토요타가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은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자만심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오래전부터 비틀거렸다. 이 틈에 토요타는 급성장 기회를 얻었다. 공장 신설에 속도를 냈다. 그러면서 품질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수 없었다. 일본 국내에선 오랜 기간 납품회사와 수직관계였다. 때문에 쥐어짜면서도 품질관리가 가능했다.



◇세계 1위가 된 토요타의 자만심

하지만 수평적 관계에 있는 미국 현지 부품업체에는 통하지 않았다. 더구나 토요타 아키오 사장의 리더십도 문제였다. 토요타 가문 4대인 그는 취임 반년 이래 전세계 36만명을 엮는 명확한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취임 이후 "이번 금융위기는 100년 자동차산업에서 처음 겪는 위기"라고 말했다. 위기의 본질을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간부들 비행기 좌석을 비즈니스에서 이코노미로 강등하는 등 상식적인 비용절감책만 내놓았다"고 일본의 한 자동차 기자는 지적했다.



'3K악덕'이 다시 살아났다는 인사불만이 일었다. 3K는 '게리(경리)담당, 고바이(구매)담당, 게이오대학' 출신이라는 뜻이다. 그들이 요직을 장악했다고 비꼬는 말이었다. 아키오 사장의 모교가 게이오대학이다.

둘째, 세계정세도 급변하고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세계에서 강력한 물주로 급부상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했다. 세계문제를 중국과 G2회담에서 논의했다. 일본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때마침 124년을 견지해온 탈아입구(脫亞入歐) 노선을 버리고 탈미입아(脫美入亞)로 전환하고 있다.

◇'탈미입아'(脫美入亞)하는 격동기


54년 만에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이뤘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대등한 미·일관계'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정권 실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방문단 643명을 이끌고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부주석도 일본을 답방했다. 미국과 미국인은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더 미묘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 틈에 한국의 자동차회사가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품질이다. 제품의 품질은 물론 AS의 품질이다. 세계정세도 냉철하게 읽어야 한다. 말하자면 그게 모두 경영의 품질이다. 그런데 경영의 품질은 '정직과 공정'에서 나온다. 말로만 품질이 아니다.

첫째, 소비자 존중이 중요하다. 연약해 보이는 한 사람의 소비자 불만이라도 경청해야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언젠가는 큰 코 다치게 마련이다. 둘째, 종업원과 협력회사 존중이다. 느닷없이 목을 날리고 쥐어짠다고 능사가 아니다. 셋째, 소액주주에 대한 존중과 능력이 검증된 CEO의 승계가 절대적이다. 넷째, 사회와 화합해야 한다. 세금을 정직하게 내야 한다.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사회에 늘 감사해야 한다. 이게 바로 냉혹하고 원망스럽지 않은 따뜻한 기업이다. 바보기업이 아니다. 어떤 격변기라도 헤쳐나갈 아주 간단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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