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vs 금호그룹 '팽팽했던 2박3일'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0.02.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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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압박카드에 결국 백기투항

산업은행은 8일 오전 10시 출입기자들에게 "오후 2시30분 금호아시아나 (10,620원 ▲100 +0.95%)그룹 채권단 부행장과 대주주간 회의, 오후 4시 기자회견 개최"라는 내용의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채권단 회의 개최는 이미 알려졌지만, 기자회견은 예정에 없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박찬구 전 금호그룹 회장 측에선 채권단이 요구한 경영책임 이행합의를 거절하고 있었다. 채권단이 요구한 사항은 보유 주식 담보제공과 의결권 처분을 포함해 모든 재산을 내놓는 것이었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금호그룹 측에 마지막 압박을 할 예정이었다. 금호산업은 법정관리, 금호석화는 워크아웃 등 채권단으로선 초강수를 둘 방침이었다. 채권단은 이미 지난 7일, 금호 오너일가에 이 같은 내용의 최후통첩을 한 터였다.

오후 2시쯤 채권단 내부에선 기존 상황에 변화가 나타났음이 감지됐다. 그동안 경영책임 이행합의를 거부한 일부 대주주가 합의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채권단은 곧바로 사실을 확인했다.



마지막까지 반발했던 박철완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합의한 것이다. 그는 고(故) 박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지주사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11%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룹 오너와 특수 관계인 가운데 지분이 두 번째로 많다.

산은을 비롯해 10여 개 금호 채권은행 부행장들이 산은에 모이고 있던 때였다.

↑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사진 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은행 긴급 간담회를 마친 뒤 후속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이명근 기자↑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사진 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은행 긴급 간담회를 마친 뒤 후속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이명근 기자


회의가 시작할 시간인 오후 2시30분엔 금호그룹 대주주 관계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기옥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비롯해 박찬구 전 회장 측 변호사 등이 7층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동안 책임이행을 거부해 온 일부 대주주가 경영책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 그동안 논란이 된 대주주 경영책임 이행문제는 일단락된 터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엔 금호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었다"며 "금호 오너측이 끝까지 버티다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자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후 4시, 김영기 산은 수석부행장과 한대우 부행장 등 채권단 핵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장으로 왔다. 김영기 수석부행장은 "금호그룹 대주주가 이행합의를 해와 당초대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추후 채권단간 협의를 통해 모색키로 했다"고 말했다.

토요일이던 지난 6일부터 본격화됐던 산업은행의 금호그룹 오너 압박을 통한 그룹정상화 방안은 3일 만에, 어찌 보면 싱겁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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