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엔트로피로 본 녹색성장의 이면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2010.02.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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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엔트로피로 본 녹색성장의 이면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는 하나의 방향으로만 변화해 간다. 즉 사용가능한 에너지에서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로의 변화이다. 물리학에서는 이를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설명하는데 엔트로피는 흔히 `무질서한 정도돴라고 정의된다. 예를 들어 한 그루의 나무를 베어 연료로 사용했다고 하자.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여전히 일정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는 감소하고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는 증가한다. 이것을 물리학자들은 무질서의 증가, 즉 엔트로피의 증가로 보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진행하는 소위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을 갖는다. 따라서 사용가능한 에너지는 감소만 할 뿐 어떤 방법으로도 증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 현대 과학의 결론이다.

지구라는 생태계 역시 이 근본적인 법칙, 즉 엔트로피의 증가(혹은 사용 가능한 에너지의 감소)라는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며 단지 속도만 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지구에 대해 가히 엔트로피 가속기라 불릴 만하다. 다른 생명체와 달리 인간은 단순한 생명유지활동을 넘어서는 물질적 확장에의 욕구 그리고 이를 실현할 신체적 능력과 지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개체 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10억명에 도달하기까지 200만년이나 걸렸다. 그러나 이후 200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60억명을 넘어섰다. 이 거대한 유기체 집단이 소비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생각해본다면 인간이 왜 엔트로피 가속기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 시대의 개막과 함께 엔트로피 증가는 폭발적 양상을 보인다. 그것은 비단 우리시대가 이룩한 비약적인 생산력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구조적인 수요부족 현상이며, 그 결과 자본의 축적과 성장은 점점 더 폐기의 가속화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수명의 절반도 사용되지 않은 채 교체되는 수많은 휴대폰을 생각해 보라. 또 그 교체가 없다면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직면하게 될 곤란을 상상해 보라.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고 평가받았던 앙드레 고르는 이러한 맥락에서 자본주의를 돱낭비의 최대 추구에 기반을 둔 시스템돲이라고 함축적으로 규정한 바 있다. 낭비가 성장의 전제가 되는 시스템, 이는 엔트로피의 증가가 생산과 폐기, 양쪽에서 중층적, 가속적으로 이루어짐을 의미한다.

그러한 과속에는 한계가 있음이 이제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지구 생태계의 장애, 즉 환경문제가 그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녹색성장이라는 나름의 답안을 찾아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환경요소가 더 이상 외부경제로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 즉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했던 비용이 이제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고려 요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면 물론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절약과 재순환을 통해 마이너스 엔트로피를 지향하는 `녹색돴과 낭비를 통한 수요창출에 의지해 온 `성장돴, 이 둘 사이에는 본질적인 모순과 간극이 존재한다. 큰 기대감과 함께 개최됐던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가 말의 성찬으로 끝났다는 사실을 보라. 녹색과 성장 사이의 간극은 그만큼 큰 것이다. 어쩌면 녹색성장이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허구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지구 생태계와의 화해 시도에 있어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선택은 물질적 욕구의 유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감시 프로그램인 스미스는 모피어스를 심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비아냥댄다. 돱지구상의 모든 포유류들은 본능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데 인간들은 안그래. 한 지역에서 번식을 하고 모든 자연자원을 소모해 버리지. 따라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식은 또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거야. 이 지구에는 똑같은 방식을 따르는 유기체가 하나 있어. 그게 뭔지 아나? 바이러스야. 인간들이란 존재는 질병이야. 지구의 암이지. 너희는 역병이고 우리가 치료제야.돲 이 신랄한 비난을 과연 부정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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