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재판장 "로마법 대원칙 지켜져야"

머니투데이 김성현 기자 2010.02.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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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로마법의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2008년 환율대란 당시 수출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를 두고 벌어진 소송에서 재판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8일 중장비 제조업체인 수산중공업이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로 손실을 봤다"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은행의 배상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화옵션 계약이 환위험 회피에 부적합한 상품이라 보기 어렵고 △수수료 부과 또한 부당하지 않으며 △불공정 약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수산업중공업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은 이례적으로 재판을 치르면서 느낀 개인적인 소회를 밝혔다. 재판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키코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기업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배어났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은행없는 기업은 있을 수 없고 기업 없는 은행도 있을 수 없다"며 무겁게 운을 뗐다.

임 부장판사는 "은행과 기업은 반목의 상대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가 돼야 하는데도 급격한 환율 변동 때문에 기업과 은행이 서로 반목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고심의 흔적을 드러냈다.

그는 또 "수출기업인 원고로서는 환율 상승에 따라 현물 외환시장에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키코 계약에 따라 오히려 계약금액의 2배를 은행에 매도해야 하는 결론에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로마법의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코 계약에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기업이 손실을 입었더라도 계약은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는 이어 "기업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이 사건은 털고 경제 주체로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기업의 분발을 당부했다.



그는 은행 측에도 "예기치 못했던 환율 상승으로 원고가 처한 어려운 사정을 십분 이해해달라"며 "소송 과정에서의 앙금을 털고 원고가 견실한 수출기업으로서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금융협조를 충실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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