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 최후통첩 거부'
'민유성 산업은행장, 임원회의 소집해 금호석화 등에 대한 처리방안 논의'
휴일이던 6일과 7일, 산업은행은 금호석유화학 등 금호그룹 구조조정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에서 산은은 금호일가가 사재출연을 하지 않을 경우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워크아웃을 배제하지 않는 등의 후속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과 우리은행 등 주 채권단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8일 채권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민 행장은 앞서 6일 출입기자단과의 신년 산행 자리에서 "일부 오너가 사재출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금호 오너 일가에 사재출연과 관련해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혔다. 민 행장이 언급한 일부 오너는 박찬구 금호석화 전 회장과 그의 아들인 박준경 씨와 고 박정구 전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호그룹 구조조정은 워크아웃(금호산업 (3,810원 ▲20 +0.53%) 금호타이어 (6,520원 ▲120 +1.88%))과 자율협약(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10,410원 ▲10 +0.10%)) 등 투 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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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격인 금호석화에 대해서는 오너의 사재출연을 조건으로 1년 채무 만기 연장과 3년간 경영권 보장을 약속했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이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고 금호산업의 경우 부실책임이 없어 후속조치는 결국 금호석화에 대한 경영권 보장 철회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워크아웃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결국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구 전 회장 사이에 사재출연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금호그룹 구조조정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금호그룹 측은 "대주주들 간의 사재 출연 여부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법정관리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실제 채권단이 극단적인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협력업체가 보유한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도 탕감 및 상환 일정이 연장돼 협력업체 연쇄도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민 행장이 당초 설(구정) 전후를 사재출연 타결 시한으로 잡았다가 1주일 정도 시한을 앞당긴 것도 협력업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이 다급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채권단은 금호 오너일가가 사재출연에 합의하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각각 2800억 원과 1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투입, 회생절차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어떻게든 설 이전에는 금호일가의 사재출연 문제를 매듭짓자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조치는 8일 예정된 채권단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