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서 본 민유성 행장의 '금호문제 해답'은?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2010.02.0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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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민유성 산은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


첫 산행(山行)을 통해 본 민유성 산업은행장 겸 산은지주 회장은 전형적인 사자형 보스란 느낌이다.

몸을 한껏 낮추고 살금살금 사냥감을 쫒다 결정적인 순간에 튀어나가는 사자처럼, 사자형 보스는 치밀함과 결단력을 동시에 갖춘 리더십이다. 지난 토요일(6일) 남한산성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신년 산행에서 본 민 행장이 그랬다.

그의 걸음은 성큼성큼했다. 170cm가 채 안되는 작은 키지만 주변에 그보다 나이가 젋은 사람들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1시간여 남짓한 산행동안 줄 곳 앞장을 섰다. 경기고 재학시절 유도부 생활을 한 탓에 그의 체구는 작지만 다부졌다.



신변잡기에서 경영과 관련된 사안에 이르기까지, 기자의 온갖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엔 거침이 없었다. 질문과 답변 사이 생각을 위한 시차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감에 찬 그의 대답은 오랫동안 웅크렸던 사자가 튀어나가는 것처럼 빠르고 명쾌했다.

산행과 연이은 오찬에서 보여준 그의 언행에선 치밀함이 동시에 읽혔다.



남문에서부터 북문까지 산행을 마친 후 들른 남한산성 역사관에서 민 행장은 모든 전시품에 관한 기록을 꼼꼼히 읽었다. 후루룩 둘러본 기자단이 거의 모두 나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마지막 기록물을 찬찬히 읽어본 뒤에야 발길을 뗐다.

산행 후 인근 식당에서의 점심이 이어졌다.

건배주는 막걸리와 소주, 사이다를 섞은 '막소사'. 여기에 한 가지 웰빙 음료가 더해졌다. 바로 홍초다.


건배주에 들어가는 막걸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배다리 막걸리. 토속음식을 주로 파는 식당에서도 다른 상표의 막걸리를 팔았지만, 건배주에 들어가는 막걸리와 홍초는 민 행장의 지시로 홍보실이 직접 공수해온 것들이었다.

민 행장은 의례적으로 끝날 수 있었던 건배사를 치밀한 준비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얽힌 스토리 텔링으로 끌어올렸다.



이런 그가 이 자리를 통해 금호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금호일가에게 최후통첩을 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7일까지 사재출연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민 행장이 기자단과 산행을 하는 동안 한대수 부행장 등은 민 행장의 최후통첩을 금호 측에 전달하고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대내 협상과 대외 공표를 투 트랙으로 진행한 셈이다.

금호 대주주의 사재출연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선결조건이다. 민 행장의 최후통첩은 금호 대주주를 압박해 지연되고 있는 구조조정 국면을 전환해 보자는 계산이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한시적 경영권 보장마저 철회될 수 있어 이번 최후통첩이 오너 일가에겐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민 행장은 법정관리란 용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도, 강력한 후속조치란 말로 후폭풍은 최대한 차단하면서 전달하고 싶은 의사를 충분히 알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금호 안팎에선 민 행장이 최후통첩에서 밝힌 주말(7일) 시한 내에 금호오너 일가가 전격적인 사재출연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전후 정황상 민 행장은 설(구정) 전에 사재출연과 관련된 협상이 타결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사재출연 타결 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약속한 신규자금을 투입해 해당 기업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 멀게는 국가경제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 하자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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