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원톱 or 빅2로..더 커져야 산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0.02.07 12:00
글자크기

[금융선진화 비전 및 정책과제]<2>은행 대형화와 서민금융활성화가 골자

7일 나온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이하 '비전')의 발표 주체는 금융관련 3대 연구기관이다. 하지만 실제론 금융당국의 고민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이 갈 길에 대한 '대답' 성격이 강하다. 금융이 먹고 살만한 산업인지, 대형화는 옳은 방향인지 등이 그간 쏟아졌던 질문들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비전' 마련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의 '현재적 대답'을 보면 세계 흐름에 맞추되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 제 갈 길을 모색하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당국은 일단 규제 강화, 겸업화 약화, 대형화 둔화 등 세계 금융의 변화 흐름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그 흐름에 편승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답변을 강요 받아왔던 대형화나 겸업화,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해 내놓은 답변만 봐도 그렇다.

겸업화는 최소한 현 수준 유지다. 업종간 겸업화가 진전돼 있는 만큼 그나마 글로벌 추세를 따르겠다고 한 부분이다. 중복업무 통합을 위한 자회사 설립요건 강화 등은 오히려 겸업화를 강화하는 쪽이다.

대형화는 더 갔다. 여기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가적 진전이 불가피하다"고까지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화 문제는 선진국의 초대형 금융회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은 신흥국의 금융회사 대형화 문제까지 획일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곧 은행산업 구조개편 방향과 직결된다. '비전'에선 "대형 은행의 탄생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해 국내 은행의 규모가 작고 대형은행 탄생으로 비용 효율성 증진과 수익원 다변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1-2개 글로벌 지향형 대형은행 중심의 재편을 예로 들었다. 국내은행간 합병으로 이른바 '원톱(One Top)'이나 '빅(Big) 2' 시스템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내수용 중형은행 3-4개와 다수의 지역은행이 이를 받치는 구도다. 우리금융 민영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화 반대 입장을 밝힐 수도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금융의 현주소 등을 따져보면 갈 길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쪽도 다르지 않다. 규제 강화가 국제적 추세지만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한발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는 게 솔직한 심경이다. 우리의 규제 수준이 선진국 등에 비해 강한 만큼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다만 지배구조 손질은 불가피하다. 은행에 이은 증권·보험 등 비은행권 사외이사제도 개선, 임원과 경영진에 대한 주기적 심사 등이 정책 대안으로 거론됐다.

금융당국이 이와 함께 '비전'에선 무게를 실은 부분은 수요자 측면의 접근이다. 가계의 경우 △가계대출 △서민금융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방점을 찍었다. 구체적 답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정책 방향을 읽기엔 충분하다.

다음달말 내놓을 예정인 서민금융 대책이 대표적이다. 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로 하여금 '소비자금융 '이란 이름으로 서민금융을 하도록 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회사 등 기존 서민금융기관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의 '글로벌화'란 제목으로 제시한 금융기관의 해외진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금융중심지 허브 전략의 수정이란 의미에서다. 외환위기 이후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 유치에 주력했다면 이제 금융회사의 해외진출로 다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게 비전의 내용이다.

이밖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과 업권별 발전 전략 등도 '비전'에 담겼다. 물론 구체적 정책 방향에 대해 금융당국과 연구기관의 의견이 일치됐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각론에 있어 논란이 될 거리들이 적잖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을 정책화하기 위해선 의견 수렴과 이견 조정 등이 필요하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정책화 여부와 방향성, 세부추진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