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교육비리…구조적 근절책 필요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10.02.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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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과후학교 리베이트·시설공사 비리는 '빙산의 일각'
- 1억 포상금·교육장 보직사퇴 등 근본대책으론 미흡


최근 각종 교육계 비리가 속속들이 드러나자 교육당국도 1억원 신고포상제 실시, 감사직 대외개방 등 비리 근절 대책들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터진 비리들은 교육계 오래된 병폐들이 곪아터진 구조적 비리에 가까움에도 당국이 핵심을 때리지 않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 비리…"빙산의 일각" = 최근 터진 교육계 비리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일부 몰지각한 인사의 돌발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방과후학교 업체선정 비리만 해도 동일업체 동일 프로그램의 수강료가 학교마다 제각각인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수강료 차이는 학교장이나 행정실장에 찔러준 리베이트 금액 차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특정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학교 시설공사 수주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것은 교육계에 너무 오랫동안 폭넓게 퍼져있는 비리라 '뉴스' 축에도 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장학사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의 사례도 교육계 특유의 '제식구 감싸기'에서 기인한 고질적인 병폐로 인식되고 있다.

검찰도 이러한 교육계 비리의 구조적인 특성을 감안해 수사실적을 올리기 위한 성의표시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숨은 비리'를 파헤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검찰 수사가 너무 전방위적이어서 기획수사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그렇더라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비리들이 드러나서 앞으로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할 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구조적 접근 안 보여"=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서울시교육청, 교과부 등 교육당국도 비리근절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그러나 '땜질처방'이 대부분이어서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인사비리, 공사비리 등이 터지자 지난달 28일 교육 관련 비리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교과부는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고, 인사위원회의 외부인사 참여비율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 후에도 시교육청은 '교육장 전원 보직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교과부는 '감사관 직위 개방'을 추가로 발표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의 이 같은 대책들에 대해 비리를 발본색원할 근원적 대책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감사관직 개방만 해도 교과부는 '고심 끝에 내놓은 대책'이라고 강조하지만 국토해양부,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타 부처는 이미 오래 전에 공모제로 전환했다. 교과부가 오히려 늦게 가담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공모제를 운영중인 부처에서는 '낙하산'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1억원 포상금 지급에 대해서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가 인정했듯이 교육계 비리는 '제식구 감싸기'가 핵심 원인인데 과연 교육공무원들이 제식구 고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이는 이미 신고포상금제를 운영 중인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실적이 거의 전무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교과부나 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구조적인 해결책보다 수박 겉핥기에 가깝다"며 "제식구 감싸기를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획기적으로 개방하고, 시설공사·납품 등도 개별 학교장이나 행정실장에 맡기기보다 공동구매 방식을 도입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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