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변수 만난 금호그룹, 워크아웃은?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기성훈 기자 2010.02.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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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회장 사재출연+경영복귀 선언 속내는? '형제의 난' 재연될까 '촉각'

돌발변수 만난 금호그룹, 워크아웃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금호그룹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박찬구 전 회장이 사재출연과 함께 경영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금호그룹 워크아웃 판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사재출연의 경우 채권단의 자금 지원 전제 조건 하나가 충족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영 복귀 문제는 금호그룹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것이어서 부정적이다.



채권단은 박 전 회장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재출연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전제로 뭔가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입장이다.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 왜?
박 전 회장이 대리인을 통해 사재출연과 경영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워크아웃 수순대로라면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전 재산을 채권단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너의 전 재산을 사재출연하지 않는다면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사재출연을 계속 거부했다가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금호그룹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재산상 손실은 물론 모든 비난의 화살이 박 전 회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박 전 회장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박 전 회장은 현재 금호그룹 위기의 단초가 된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대해 반대해 온 만큼 현재 위기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해 7월 경영일선에서 이미 물러난 상황에서 자신에게까지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은 사재출연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영 일선에 복귀시켜 달라는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회장의 요구에 대해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너의 모든 재산을 사재출연하는 것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며 “사재출연을 전제로 채권단에 뭔가를 요구할 수 입장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금호그룹 측도 "박 전 회장의 사재 출연과 경영복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면서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금호그룹 워크아웃에 藥 or 毒?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과 경영복귀 선언이 금호그룹 워크아웃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 선언은 우선 긍정적이다. 아직 사재출연 동의서를 내지 않은 박삼구 명예회장이나 나머지 오너 일가들에게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사재출연이 빨리 마무리되면 그만큼 채권단의 자금지원도 빨라지게 된다. 금호그룹은 자체는 물론 협력업체들 역시 빨리 숨통이 틔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당국도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빨리 잘 진행돼서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재출연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 복귀 선언은 금호그룹 워크아웃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자칫 사재출연을 했다가 경영권이 박 전 회장에게로 넘어갈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사재출연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호 '형제의 난' 재연되나
박 전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형제의 난'이 재연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단 박 전 회장이 지목한 경영복귀 자리는 금호석유 (144,100원 ▼4,200 -2.83%)화학 대표이사직으로 보인다. 작년 7월 박 전 회장은 박삼구 명예회장의 그룹 운영에 반대하다가 금호석화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뒤 경영에서 배제됐다. 박 전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이사회 이사직 및 주주로서의 권한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회사여서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손에 쥐는 것은 금호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주력계열사의 워크아웃과 함께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26.7%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의 최대주주(23.95%)다.

금호석유화학은 화학계열사(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지분 40~70%과 금호타이어 지분도 47% 가량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금호그룹은 워크아웃과 함께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의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대표이사직과 함께 금호석유화학·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등 12개 계열사의 임원직을 맡고 있는 박 전 회장 복귀는 박 명예회장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은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화학 부문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금호미쓰이화학·금호폴리켐에서도 이사로 활동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중국 현지공장 법인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난징의 합성수지 원료공장 법인 난징금포금호화공유한공사와 합성고무 및 수지 판매사인 금호석유화학무역(상하이)유한공사의 동사(한국 기업의 이사에 해당)에 선임돼 있다.

박 전 회장 측은 "경영복귀를 두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조율을 할 것"이라면서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마땅히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비롯한 경영 일선에서 실질적으로 물러날 사람은 박삼구 명예회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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