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얽힌 재개발 '위험한 투자'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10.02.0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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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조합·중개업소 "무조건 GO" 폭탄돌리기


- 訴진행·이자부담 등 설명없이 투자 부추겨
- "최악땐 사업 자체 무산" 대규모 피해 우려


"연내 어떻게든 사업이 진행되니까 걱정 붙들어매시고 투자해도 됩니다."(왕십리뉴타운 인근 A공인 관계자)

사업이 무산될지 모르는 재건축·재개발사업장에서 지분투자를 부추기는 '폭탄 돌리기'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중개업소는 소송으로 얽힌 매물을 알선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소송 진행 상황, 사업 지연시 이자부담 등 위험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최근 조합설립 무효판결을 받아 사업에 제동이 걸린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조합과 부동산중개업자들이 '투자자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항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있지만 조합은 오는 4월 일반분양을 강행키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송이 걸린 재개발단지는 대부분 결국 하자를 보완해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경우가 많았고 조합과 구청이 항소해 이길 것이 확실해 일반분양받은 사람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철거가 다 이뤄진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합원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다. 단독주택, 빌라 매물이 간혹 보이지만 실망매물은 나오지 않는다. 현재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1억9000만~2억1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S공인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이 2억7000만원인 단독주택은 앞으로 전용 84㎡A 타워형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데 4억3000만~4억6000만원 선이고 권리가액 3억5000만원으로 평가받는 빌라는 5억4000만원에 나와 있다"며 "전용 84㎡D 판상형의 일반분양가가 6억6000만원으로 책정됐고 집값이 더 오를 것을 감안하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 후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으려면 최소 8개월 이상 걸려 조합의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 원고 측 법무법인 한별의 현인혁 변호사는 "구청에서 분양승인을 해준다면 가처분신청을 할 예정이고 원고 측은 조합에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조합과 합의를 할 생각도 없다"며 "항소가 기각될 확률이 높은데도 조합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일반분양이 끝났지만 1심에서 시공사 선정 무효판결을 받은 신당7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곳은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림산업이 시공을 계속하고 있지만 조합설립 무효소송, 관리처분 취소소송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일반분양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반분양권에 4500만~65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신당7구역 K공인관계자는 "신당e편한세상은 분양가가 저렴해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아 거래도 잘된다"며 "사업이 이미 진행된 상태라 매수자나 일반분양을 받은 사람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국뉴타운비대위 관계자는 "사업이 무산되면 일반분양 부분은 조합이 물어줘야 하는 등 문제가 심각한데도 구청과 조합은 사업을 강행하고 안일하게 대처한다"며 "이를 중개하는 부동산업자들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동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왕십리뉴타운의 경우 조합지분을 매수할 때 조합원이 무이자, 유이자 이주비를 받는데 조합자격을 승계 받는 사람은 금리가 6.5~7.5%까지 올라가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소송이 걸려있는 재개발·재건축단지에 투자하려면 사업 지연시 이자비용과 최악의 경우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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