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동의 무효' 재개발 후폭풍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0.02.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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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무효판결에 계류중인 유사소송 '관심 집중'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관행화 된 이른바 '백지 동의서'가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조합설립의 유·무효를 다투거나 사업절차의 하자 여부를 따지는 유사 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갖가지 이권이 발생하는 정비사업 특성상 관련 소송은 법정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지난 1일 내려진 대법원 판결이 '정비조합 무효'를 확정한 첫 사례가 된 것은 상당수 소송이 하급심 과정에서 '소 취하' 또는 '합의' 등의 절차를 거치며 해결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재개발조합 설립을 위해 주민들에게 받은 동의서에 법정 기재사항이 누락됐다면 무효"라고 선언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각급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첫 판례가 된 셈이다.

3일 법조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비사업 관련 소송은 '조합설립 무효소송'(또는 조합설립추진위 무효소송)이 대표적이다. 개발 분담금 등을 배정하는 관리처분계획에 대한 무효소송도 있다.



법원이 조합설립을 무효로 판단하는 경우는, 대부분 조합설립 동의서가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위·변조 등 불법행위가 개입됐을 경우다. 지난달 21일 서울행정법원이 "왕십리뉴타운 1구역 조합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7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판결도 같은 취지다. 이 소송은 중구 신당 제10구역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제기됐는데 당시에도 법원은 "조합설립 인가 당시 제출된 동의서가 대부분 변조됐다"며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조합설립추진위 승인취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인데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10월 내린 판결에서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원고들은 "추진위가 토지 등 소유자 수를 잘못 산정했고 이를 근거로 추진위 승인을 내준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동의율이 과반이 돼 법정 요건을 충족한다"며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 중구 황학구역 주택재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는 소송이 제기됐었다. 당시 원고는 "권리가액에 따라 분양평형을 달리 배정한 것은 재산취득기회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8월 "조합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은 정관 및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권리가액 순으로 공급주택의 평형을 배정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지난해 9월에는 관리처분계획은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거나 판례변경이 필요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재건축조합이 도시정비법에 따라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조합 총회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민사가 아닌 행정소송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따라 행정청의 인가가 난 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이 지나면 관리처분계획 결의에 대한 민사소송을 따로 낼 수 없게 됐고, 인가가 나기 전에 제기돼 법원에 계류 중인 민사소송은 행정소송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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