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전용면적 85㎡의 공과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 2010.0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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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전용면적 85㎡의 공과


전용면적 85㎡를 국민주택규모라고 부른다. 모든 주택정책의 기준이 되는 주택규모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 대상이 전용면적 85㎡ 이하이고,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규모 역시 전용면적 85㎡ 이하다. 근로소득자라면 누구나 해보았을 연말정산에서 주택구입자금의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역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만을 대상으로 한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의 기준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이었다.

필자의 짧은 경륜 때문에 필자는 이 기준이 언제, 어떤 이유에서 설정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국민주택기금이 1981년에 설치됐고,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주택을 국민주택이라고 부른 점으로 보아, 아마도 이때 이 기준이 설정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이 당시의 주택규모를 보면, 공유면적 63㎡(19평)이하 주택이 전체 주택의 62%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고, 공유면적 96㎡(29평) 이하 주택이 전체 주택의 87%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전용면적 85㎡란 국민들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상한선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찌됐건 전용면적 85㎡ 규정은 우리의 주거문화 곳곳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득 증가에 따라 넓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이 전용면적 85㎡ 이하에 집중되다 보니 전용면적 85㎡의 주택이 주로 건설됐다. 2000cc를 넘어서면 자동차세가 대폭 증가하기 때문에 1990cc의 자동차가 대거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이나 편법도 발달하게 됐다. 3베이(Bay) 시스템이 도입된 것도 그렇고,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를 확장해 전용면적처럼 사용하는 것도 그렇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에서 공유면적 96㎡(29평) 이상 공동주택을 대형주택으로 분류하는 것도 전용면적 85㎡ 규정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30년전에 세워진 이 기준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당 주거면적은 1980년에 10.1㎡이었는데, 2005년에는 22.8㎡로 2.3배 증가했다. 2005년도의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980년대처럼 국민들의 90% 가까이 살고 있는 주택규모는 공유면적 96㎡(29평) 이하의 주택에서 공유면적 129㎡(39평) 이하의 주택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소득증가에 따른 주거수준의 증가를 고려한다면, 30년전에 세워진 전용면적 85㎡라는 기준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 한번쯤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있었던 가구구조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구당 인원수는 1980년도에 4.55명이었는데, 2005년에는 2.88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면적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참 낮은 상태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전용면적 85㎡라는 기준은 여전히 의문의 대상이 된다.

20∼30년전에 설정됐던 기준이 오늘날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은 비단 전용면적 85㎡ 기준만이 아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에 102㎡나 135㎡ 기준 등이 있고, 지방세법이나 소득세법에는 고급주택의 기준이 되는 주택규모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고, 또 겪고 있다. 과거에 정한 주택정책의 기준들이 이런 주택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너무 당연 하다. 이제는 한번쯤, 이런 기준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준이 유효하지 않다면, 기준을 조정하거나 기준의 적용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기준을 조정하거나 기준의 적용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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