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몽준, 박근혜 그리고 세종시](https://orgthumb.mt.co.kr/06/2010/02/2010020217563939079_1.jpg)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든 박 전 대표는 무소속 의원이던 정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16대 대선을 앞둔 시기, 언론에선 '연합'을 점쳤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예상을 깨고 독자출마를 결심했다. '월드컵 바람'을 타며 '욕심'이 난 탓이었다.
박 전 대표는 '당한대로' 돌려줬다. 거절이었다.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를 댔다.
2008년 정 대표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둘은 '한 식구'가 됐지만 앙금을 털지 못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경쟁자라는 점이 장애물이 됐다. 지난해 재·보선 정국에서 몇차례 구설수가 오간 끝에 결국은 "전화하기도 꺼려지는" 사이가 됐다.
아슬아슬한 동거는 최근 세종시 문제로 폭발했다. '미생지신' 공방에 책임론이 오갔다. 정 대표가 "박 전 대표도 원안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도발하자 박 전 대표는 "기가 막힌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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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공방'을 바라보는 당심(黨心)은 우려로 가득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초등학교 우정은 끝났다"는 말이 들린다. 당 원로는 '분당'을 걱정했다.
얼마 전부터 주위에선 두 사람 사이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이 오가기 시작했다 한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결정하라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 둘 사이 오간 수많은 말은 만나서 벌인 설전이 아니었다. 졸지에 언론이 '나쁜 전달자'가 됐다.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만남'만한 게 없다. 만나야 상대의 온기도 느끼고 표정도 보게 된다. '종이'에 적힌 '말'에선 가슴이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