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몽준, 박근혜 그리고 세종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2.0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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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몽준, 박근혜 그리고 세종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는 2002년에도 불편한 사이였다. 사건이 있었다. 좋은 관계를 만드려다 앙금만 남은 일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든 박 전 대표는 무소속 의원이던 정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16대 대선을 앞둔 시기, 언론에선 '연합'을 점쳤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예상을 깨고 독자출마를 결심했다. '월드컵 바람'을 타며 '욕심'이 난 탓이었다.



정 대표가 '국민통합21'을 만들고 나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번엔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재밌게 봤다"는 말과 함께였다. 영화는 대학 동창생인 남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정 대표와 박 전 대표도 동창생이다. 장충초등학교를 같이 졸업했다.

박 전 대표는 '당한대로' 돌려줬다. 거절이었다.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를 댔다.



4년 뒤인 2006년에도 불편한 관계는 계속됐다. 한나라당 대표에 오른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대표와 접촉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듬해 대선 정국에선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물밑 노력에도 내내 중립을 지키다 이명박 캠프에 합류하는 일도 있었다.

2008년 정 대표가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둘은 '한 식구'가 됐지만 앙금을 털지 못했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경쟁자라는 점이 장애물이 됐다. 지난해 재·보선 정국에서 몇차례 구설수가 오간 끝에 결국은 "전화하기도 꺼려지는" 사이가 됐다.

아슬아슬한 동거는 최근 세종시 문제로 폭발했다. '미생지신' 공방에 책임론이 오갔다. 정 대표가 "박 전 대표도 원안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고 도발하자 박 전 대표는 "기가 막힌다"고 쏘아붙였다.


'오랜 공방'을 바라보는 당심(黨心)은 우려로 가득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초등학교 우정은 끝났다"는 말이 들린다. 당 원로는 '분당'을 걱정했다.

얼마 전부터 주위에선 두 사람 사이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이 오가기 시작했다 한다.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결정하라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 둘 사이 오간 수많은 말은 만나서 벌인 설전이 아니었다. 졸지에 언론이 '나쁜 전달자'가 됐다.

서로를 이해하는 데는 '만남'만한 게 없다. 만나야 상대의 온기도 느끼고 표정도 보게 된다. '종이'에 적힌 '말'에선 가슴이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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