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에서 탈출구 찾는 저축銀 성공?

기성훈, 오수현 기자 2010.02.03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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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고 떠나는 돈벌이 PF 대안될까

저축은행 업계가 '선박금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일로를 걷던 해운업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고 보고, 선제적인 투자로 장기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목표에서다. 해운업계도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이 수월치 않았던 터라 저축은행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색'하고 있다.

3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 1위(자산규모 기준)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그랜드 쉬핑'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7만~8만 DWT(재화중량톤)급 파나막스 벌크선 5척을 매입했다. 이 저축은행의 선박금융 대출 규모는 지난 연말 현재 2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벌크선 가격이 최저로 떨어졌을 때 비교적 선령(船齡)이 낮은 파나막스 벌크선들을 2000만 달러 후반에서 3000만 달러 후반에 사들였다"며 "매입 후 국내 벌크선사에 장기용선 계약을 맺고 운용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솔로몬저축은행도 지난해 한 해운사가 매입한 7만4000 DWT급 파나막스 벌크선에 대한 선박금융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선박금융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내 IB금융팀에서 선박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반기 내 선박금융 업무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는 "2006년 선박 3척에 대한 선박금융 대출을 시작한 뒤 3년 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했다"며 "이런 노하우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선박금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가 이처럼 선박금융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이 부실화된 이후 마땅한 장기 투자처를 찾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해운회사가 선박을 구매할 때 금융회사에서 필요자금을 빌려주는 선박금융은 대출기간이 10~20년으로 길어, 건실한 해운사와 계약을 맺을 경우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축은행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대출금리는 리보(LIBOR) 금리에 선주의 신용도와 용선계약에 따라 가산금리가 추가되는데, 현재 저축은행에서 실시하는 선박금융 금리는 연 8~9% 수준이다.


대형저축은행 투자금융팀 관계자는 "선박을 매입해 운항수입을 올리고, 선박 가격 상승에 따른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에서 관심이 높다"며 "당국에서 저축은행 업계에 외환업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선박금융 진출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해운업계도 선박금융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관심에 들뜬 모습이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이 수월치 않아 그간 선박운용에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이 선박운항 노하우가 없는 터라 해운사에 위탁경영을 맡길 수밖에 없는 점도 해운업계가 저축은행들의 선박금융 추진을 반기는 이유다. 저축은행의 주고객층인 중소형선사들은 저축은행들이 확보한 선박을 위탁 운용하며 업체 간 선박을 빌려주고 빌리는 용대선 영업으로 적잖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저축은행들의 선박금융시장 진출은 녹록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선박금융은 대규모 외화자금을 낮은 금리에 장기간에 걸쳐 대출하는 게 일반적인데, 저축은행들은 외환업무가 제한된 데다 조달금리가 높아 대출금리를 낮게 가져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원화를 일단 해운사에 대출해주고 해운사가 스왑시장을 통해서 외화를 조달하는 방법으로 선박금융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환해지를 해야하는 데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자기자본비율이 낮아 동일인여신한도가 제한적인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선박금융은 컨소시엄에 참여 하는데만 대당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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