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무효 판결후, 재개발 현장에선…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송충현 기자 2010.02.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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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訴대신 쇼 어때요"..은밀한 '뒷돈 흥정'


- 사업 무산 위기에 처한 조합들
- '보상금주고 訴취하' 물밑작업
- 반대파에서 먼저 '작업'걸기도

↑ 조합설립무효 소송이 추진 중인 성북구 장위동이 한 재개발 구역 ⓒ송충현 기자↑ 조합설립무효 소송이 추진 중인 성북구 장위동이 한 재개발 구역 ⓒ송충현 기자


조합설립무효 소송이 추진 중인 재개발 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조합원간 뒷거래를 통해 소송을 취하시키려는 '물밑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는 합의에 의한 것이지만 소송을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등 반대파 측에 보상비를 주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조합 입장에선 사업지연에 따른 이자비용이 늘어나고 최종 패소했을 경우 소송비 부담뿐 아니라 사업이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최근 부산 우동6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 조합원의 이름과 도장만 찍은 '백지동의서'가 무효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이같은 현상은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민사소송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의 하자를 보완하거나 동의서를 징구해 인원수를 충족시키면 사업을 진행토록 했지만 이를 행정소송으로 다투게 되면서 절차가 까다로워져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 조합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곳은 지난달 21일 조합설립 당시 조합원에게 구체적인 사업비용을 알리지 않았고 조합설립 요건인 80% 동의율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조합원 이모씨 등 4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받았다.



왕십리타운 1구역 조합 관계자는 "원고측이 권리가액의 30%인 10억원을 요구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공사가 지연되면 금융비 등을 포함하면 매달 1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보기 때문에 합의를 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장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성북구 장위동 A구역은 상가 소유자 등 원고 7명이 권리가액 산정문제로 소송을 추진 중인 상태다.

A구역 조합 관계자는 "비대위 측에서도 소송에서 이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조합에 간접적으로 작업이 들어오는데 흥정하는 것과 똑같다"며 "상가는 재개발지분과 달리 거래가 없어 시가를 파악하기 힘들고 권리가액도 안 나온 상태라서 합의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B구역도 조합설립 무효소송과 관련, 비대위 측과 진통을 겪고 있다.

B구역 조합관계자는 "2200여명의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지난달 29일 화해권고후 원고측과 개별면담을 했다"며 "조합장을 교체하고 조합에서 원고 측 비대위 7명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겠다며 관리처분취소, 분양가 1100만원 대, 비대율 115% 중 택하라는 조건을 내걸고 합의 중인데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면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불광7구역, 갈현 제1구역 등도 소송을 막기 위해 물밑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1심에서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이 난 경우는 조합과 비대위 측의 합의만으로는 소송취하가 어렵다.

로웨어 법률사무소 윤경훈 변호사는 "구청과 조합을 상대로 행정소송으로 이관된 조합설립인가 무효소송은 효력자체가 전 조합한테 미치기 때문에 원고가 소송을 취하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며 "만약 앞으로 조합이 패소하는 판례가 계속된다면 소송 전에 합의를 하려는 조합과 비대위 간의 움직임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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