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저축은행, 정말 하고 싶은 게 뭡니까?"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10.02.03 09:20
글자크기
저축은행 업계는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이 부실화되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월 자산관리공사(캠코)에 1조7000억원 어치의 PF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업계는 여전히 '고수익 고위험' 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내내 감소하던 대형 저축은행들의 PF 대출 잔액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원자재, 국내외 유가증권시장처럼 위험한 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대형저축은행의 자산운용방식은 투자은행(IB)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PF대출을 대체할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PF 이후 '먹고 살 거리'에 대한 업계의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 "PF를 대체할 신규 수익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황해하며 비과세상품 취급이나 신용카드·외환 업무 허용 등 업계에서 이전부터 주장하던 얘기만 반복할 뿐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자에게 '위기의 저축은행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면 "저축은행 사람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도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답이 되돌아온다. 설립취지에 맞게 서민금융을 늘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IB나 카드회사들의 업무를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물론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해 착실히 준비하는 저축은행도 있다. 수도권에 있는 한 저축은행은 이달 중 태국 최대 저축은행과 업무제휴를 맺을 예정이다.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해 해외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외환업무가 저축은행에 허용되기 전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이 저축은행 행장의 말엔 미래 수익원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묻어났다.

서민금융이든 해외투자이든, PF 이후 장기 수익처를 발굴해야 하는 것은 저축은행 업계가 직면한 당면 과제다. 당국에서도 업계의 건전한 장기 수익처 발굴을 돕기 위해 '규제완화'라는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 당근은 준비된 저축은행만이 향유할 수 있는 몫일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