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무효" 판결에도 분양 강행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송충현 기자 2010.02.0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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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손실과다" 왕십리뉴타운1구역 '위험한 시도'

- 업계 "협상후 소취하 정석… 낭패볼 수도"
- 정부, 전국 재개발 사업장 전수조사 착수


↑ 성동구 하왕십리동 440번지 일대 왕십리뉴타운 1구역, 현재 90% 철거가 진행된 상태다 ⓒ송충현 기자 ↑ 성동구 하왕십리동 440번지 일대 왕십리뉴타운 1구역, 현재 90% 철거가 진행된 상태다 ⓒ송충현 기자


조합설립에 대한 법원의 무효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뉴타운구역내 한 재개발사업장이 관련 절차의 무효 판결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일반분양을 강행키로 해 논란일 것으로 보인다.

추진 절차가 법적 효력을 잃은 상태에서 분양을 강행할 경우 조합과 시공사간은 물론 공급주체와 분양계약자간의 분쟁이 야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이 모두 무효판결을 받은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 조합과 시공사는 예정대로 오는 4월 일반분양을 진행키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얼마 전 모델하우스가 불에 타 다시 짓는데 최소 2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3월 말에서 4월 분양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지난달 21일 조합원 이모씨 등 4명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패소,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조합은 조합설립을 인가해 준 성동구청과 함께 같은 달 26일 항소를 제기하고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종섭 왕십리뉴타운 1구역 조합장은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조합설립 등 처음부터 재개발 추진절차를 밟아야해 800여 명의 조합원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원고 측에서는 총 10억5000만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는데 이들도 사업 중단을 원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협상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고 측은 "협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구청에서 착공, 분양승인을 내준다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원고가 추가적으로 조합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받아들여지면 최소 2년 이상 사업지연이 불가피하게 된다. 분양이 이뤄진 후 대법원에서 조합의 패소가 확정되면 분양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어 조합원뿐 아니라 분양계약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업무정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분양이 불가능하지만 가처분 효력 정지를 통해 분양을 할 수 있다"며 "이미 90% 철거가 완료된 상태에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낮고 법적으로 이길 가능성이 높아 분양해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1심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조합업무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고 조합의 가처분 효력 정지는 기각될 수 있다"며 "왕십리뉴타운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협상후 소를 취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가장 좋고 조합설립 변경 인가를 받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웨어 법률사무소 윤경훈 변호사는 "과거에는 재개발 관련 소송이 민사로 처리돼 하자치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주고 사업이 정상화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행정소송으로 넘어와 구청의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요건절차가 엄격해졌다"며 "예전처럼 사업을 계속 진행했다간 더 큰 낭패를 보고 형사적 책임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해양부와 서울시는 대법원의 '백지동의서' 무효 판결(머니투데이 1월30일자 1면 및 2월1일자 1면 참조)과 관련, 전국 재개발·재건축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은 재개발 736곳, 재건축 534곳 등 모두 1270곳으로, 조합설립인가 추진 이후의 절차를 진행 중인 사업장은 570여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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