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신진주류·친박 영남중진 '태생'부터 다르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심재현 기자 2010.02.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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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vs친박 대해부](상) 한국정치 한계의 상징

세종시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내 양대 계파인 친이계(친이명박계)와 친박계(친박근혜계)가 무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이럴 바에야 차라리 분당을 하는 게 낫다"는 소리가 들린다.

폭력국회, 무능국회로 일컬어지는 18대 국회에서 여당내 결속력 강화는 난국돌파를 위한 핵심 키워드이자 2012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추진력이다. 그럼에도 두 계파는 싸움을 그치지 않고 있다.



친이·친박계는 왜 정면충돌하고 있을까. 두 계파의 갈등해소는 가능한가. 친이·친박의 갈등과 그에 따른 폐해는 한국 정치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자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시각이다.

친이 신진주류·친박 영남중진 '태생'부터 다르다


◇'신진주류세력' vs '영남중진세력'=친이·친박계의 충돌은 통상 선진국에서 나타나듯 정책 경쟁 및 갈등에 따른 것이 아니다. 두 계파는 조직 형태·운영 및 지역기반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것이 충돌의 핵심이유는 아니더라도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어찌 보면 태생적인 이질감을 갖고 있는 셈이다.



친이계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당시 후보자를 중심으로 급조된 조직이 모태다. '안국포럼'과 서울시 조직으로 출발했다. 이후 대선 승리 후 이명박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 중 '공신'들이 대거 공천을 받아 국회로 진출했다. 친이계에 초선의원 비율이 높은 이유다.

반면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2004년부터 세력을 확장한 계파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최대 위기를 맞이했던 '천막 당사' 시절 혼신의 힘을 다해 당 재건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다수 의원들을 세력권으로 편입시켰다.

지역 기반에서도 두 계파는 큰 차이를 보인다. 조금 과장하면 한나라당(영남)과 민주당(호남)만큼이나 간격이 크다.


친이계 초선의원 다수는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을 휩쓸며 약진했다. 안국포럼은 권택기(서울 광진갑) 정태근(서울 성북갑) 의원 등이 주도했다. 친이계의 다른 축인 이재오계도 공성진(서울 강남을) 김용태(서울 양천을) 진수희(서울 성동갑) 의원 등 수도권 의원이 대세다.

반면 친박계는 영남 68개 지역구에서 30명이 넘는 당선자를 냈다. 당내 50~60명에 달하는 친박계의 절반 이상이다. 특히 박 전 대표 지역구인 대구시의 경우 12개 지역구 중 8개 지역구를 장악했다. 친이계 영남 의원이 20명 선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룹' vs '중견기업'=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친이계는 총수가 거느리는 그룹, 친박계는 사장이 지배하는 단일조직"이라고 해석했다.

친이계는 여러 소계보로 나뉜다. 한때 '상왕'으로 불렸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현재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아 재기에 나선 이재오 위원장은 각각 무시하지 못할 소계보('함께 내일로')를 이끌고 있다. 또 안국포럼 출신들이 주축이 된 친이 직계 소장파도 사안별로 협조 및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친이계는 소계보를 계열사로 한 그룹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그만큼 결속력에서 친박계에 비해 뒤처질 수 있다는 평가다. 그룹경영의 효율성과 집중력이 떨어질 경우 총수의 의지와 경영철학 및 운영방식이 각 계열사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각 계열사간 이기주의, 이에 따른 갈등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범친이계로 따져보면 최대 세력이자 현실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반면 친박계는 덩치는 작지만 '알찬' 조직으로 여겨진다. 박 전 대표는 매우 안정적인 지배력(경영권)을 행사하고 있고 그만큼 충성심, 응집력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하기 쉽다는 평가다. 공천권을 매개로 매우 탄탄한 조직력을 유지하며 세종시 논란 등에서 흔들림 없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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