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리스크 + 유럽發 악재' 세계경제 몸살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0.01.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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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英, 은행 더 이상 안정적 아니다"…그리스·포르투갈 CDS 사상 최고 경신

연초부터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던 세계 경제가 이번엔 유럽 재정위기 심화라는 결정타를 맞았다.

중국 긴축 선회 우려와 미국의 은행 규제 강화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세계 경제에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가 심화되며 글로벌 경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28일(현지시간)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적자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 국가들의 신용 위험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2.7%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추산한 16개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인 6.4%를 크게 웃돈다.

EU는 그리스의 지난해 국가 총부채를 GDP의 110%로 추산하며 시정 조치가 없을 경우 2011년 13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 부채 위기가 심화되면서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7.162%로 전일대비 0.406%포인트 급등했다. 독일 국채와의 금리차도 역대 최대인 396bp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그리스의 5년만기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397.8bp로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급기야 다우존스는 이날 그리스 국채수익률의 급등을 펀더멘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그리스 국채시장이 정상 기능을 상실했다는 최악의 의견을 내놓았다.


포르투갈도 예상보다 확대된 재정적자를 발표, 우려를 더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해 재정 적자가 GDP의 9.3%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EC의 추정치 8%를 상회한다.

포르투갈의 5년만기 CDS 프리미엄 역시 이날 153.4bp로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20%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기록 중인 스페인도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 대비 1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국가 총부채도 GDP의 100%를 넘어선다.

영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8일 "영국 은행들이 더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로이즈은행그룹 등 영국 대형은행들은 신용위기를 거치며 영국 정부로부터 1조파운드(1조6200억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을 받는 등 정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점차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미국도 지난해 재정적자가 1조400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크리스찬 벤딕슨 베이크레스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재정적자 문제가 계속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수지 악화로 국가 신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질 경우 국채 가치가 하락하며 금융시장이 또다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존 레이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 채권부서 투자전략가는 "각국 정부가 재정수지 및 국가 채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채 투매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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