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스크 등 악재' KB금융 수익 54%급감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정진우 기자 2010.01.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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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 은행실적<3> 은행권 순익 지각변동, 국민 1→5위 '추락', 우리 1위 점프]

깨질 것 같지 않던 은행권 서열이 역전됐다. 은행권 맏형으로 수년간 순익 1위를 지켰던 국민은행이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며 5위로 추락했다.

국민은행의 빈자리는 지난해 최하위 권에 머물렀던 우리은행이 꿰찼다. 외환은행 (0원 %)기업은행 (14,250원 ▲200 +1.42%) 등 후발주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순익을 올린 곳은 우리은행으로 규모가 약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외환(8800억 원) 신한(7500억 원) 기업(7100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고, 리딩뱅크를 자부하던 국민은행은 6800억 원에 그쳤다. SC제일과 하나은행은 각각 4200억 원과 2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에는 국민은행의 순익이 1조510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1조4467억 원) 외환(7826억 원) 기업(7670억 원) SC제일(4069억 원) 우리(2339억 원) 하나(2236억 원) 등의 순이었다.

우리은행이 6위에서 1위로 도약한 것은 파생상품 투자손실 처리가 마무리되면서 몸이 한층 가벼워진 탓이다. 신한은행도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지만, 카드 순익 7000억 원 가량을 합하면 규모가 1조500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다른 은행들의 실적에는 카드 부문이 포함돼 있는 감안하면 실질적인 1위다.

외환은행은 기업여신 관련 부실이 크지 않았고, 과거 외환카드 합병과 관련해 부과됐던 법인세(2150억 원) 환급효과를 봤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부문의 강점이 유지됐고, 최근 개인고객 영업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 영역확대 전략이 성과를 거뒀고, 2년 연속 순이익 최하위를 기록한 하나은행은 통화옵션상품 손실을 감안할 때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국민은행의 추락은 충격적이다. 신한 우리 등 선두그룹 뿐 아니라 자산이 3분의 1 수준인 외환은행에게도 뒤진 탓이다. 부실여신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은 결과라는 게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른 은행들도 금호산업 등 부실여신에 따른 적잖은 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신용카드 부분에서 발생한 순익 4000억 원 가량을 제외하면 순수 은행 영업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는 이를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총여신의 40%를 차지하는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하락 여파로 수익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줄이고, 대출금리가 낮은 집단대출을 늘리는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급격히 변화시킨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적잖은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황영기 전 회장의 낙마부터 최근 강정원 행장의 거취 논란이 이어지면서 일사분란한 경영이 불가능했던 'CEO 리스크'가 영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은행 한 임원은 "부행장끼리 모이면 영업전략 보다 당국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니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겠냐"며 "본부 실무 부서는 물론 일선 영업점까지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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