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시안경과 알몸투시기

머니투데이 김정태 기자 2010.01.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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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투시안경과 알몸투시기


지난해 6월, 알몸을 볼 수 있는 투시안경을 판매한다는 한 인터넷쇼핑몰 광고가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물론 가짜로 판명나 해당 판매업자는 사기죄로 쇠고랑을 찼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을 보고 싶은 인간의 본능(?) 때문인지 한동안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허무맹랑한 광고에 속아 실제 돈을 뜯긴 사람이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27일 오전 국토해양부 기자실에 우리나라 국제공항에 액체폭발물 탐지기와 전신검색기를 설치한다는 자료가 배포됐다. 전신탐색기라는 용어가 생소해 내용을 훑어보니 바로 '알몸투시기'를 의미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알몸투시기를 설치한다는 소식이 화제였는데 신년 벽두부터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것이다.

항공기 테러를 방지한다는 대의 하에 원치 않는 알몸 투시는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 됐다. 국토부는 인권침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항공보안과 과장이 기자실에 나와 직접 설명하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알몸투시기 사용은 1차 보안검색에서 의심되는 승객이나 중동국가 출발 승객과 블랙리스트에 오른 요주의인물들로 국한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또 이를 사용하더라도 얼굴과 은밀한 부분 등 신체 주요 부분의 이미지를 흐릿하게 처리하고 보관, 출력, 전송, 저장 등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지를 검색하는 근무자들은 카메라, 휴대폰, 저장매체 등을 분석실에 들고갈 수 없도록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나름 사생활 보호를 위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유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알몸투시기가 만능검색기는 아니라고 한다. 사람 몸의 내부는 탐색되지 않기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폭발물을 삼키거나 신체 내부 은밀한 곳에 숨길 경우 탐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시스템을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다퉈 도입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VIP들의 출입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지만 그래도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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