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그리스, 中에 국채 매입 'SOS'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0.01.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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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유동성 고갈 위기에 처해 있는 그리스 정부가 중국에 SOS를 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가 중국에 200억~250억유로(35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각을 제안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국채 매각을 위해 골드만삭스가 그리스 정부를 대신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는 아직까진 냉랭하다. 중국 정부는 아직 국채 매입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 역시 앞서 중국은행(BoC)과 중국투자공사(CIC)의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NBG) 전략적 지분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물론 중국 정부 관리들은 BoC와 CIC의 NBG 지분 인수 제안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CIC가 NBG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은행 감독 당국이 이와 같은 위험한 투자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리스 관리들의 NBG 인수 제안 발언을 일축하고 있다.



그리스 대표 상업은행 NBG는 사실상 정부 소유로, 연기금과 공사, 그리스 정교회 등도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채권 매각과 관련, 지난해 11월과 이달 잇달아 아테네를 방문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6일 FT와의 인터뷰에서 최소 50억~100억유로 규모 채권 매각에 대한 개괄적인 합의는 이미 이뤄졌다고 밝혔다.

양국간 합의는 결국 나머지 세부 협상에 달려 있다. 특히 조지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의 다음달 중국 방문이 채권 발행 성공을 결정짓는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자금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SAFE가 관리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2조4000억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지난해 4분기에만 1300억달러 증가했을 정도로 외환보유액 증가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SAFE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미 그리스 국채를 상당 규모 보유하고 있고 이에 따라 추가 매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채권 매입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에 편중된 외환보유액을 다각화할 숙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그리스 국채 매입은 외환보유액을 앞세워 국제 영향력을 넓혀나간다는 중국 정부의 외교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리스에겐 중국 정부가 최고의 구원투수다. 중국은, 신용위기 2년을 지나며 유동성이 고갈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을 대신해 국제 신용시장의 중추로 급부상했다. 특히 자금력 면에서 중국의 지위는 신용위기 이전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초에만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500억달러를 추가 출자한 데 이어 홍콩과 함께 아시아통화기금(AMF)에도 380억달러를 출자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석유사, 호주 원자재업체 등에 550억달러를 대출했다.

중국 정부는 또 나이지리아, 기니, 가나, 케냐 등 아프리카국가에 600억~700억달러 규모 신용 공여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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