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vs 박근혜, "'이혼與' 될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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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이혼설'에 휩싸였다.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이 부딪히면서다.

여권 내 계파갈등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친이도, 친박도 정치생명을 걸고 배수진을 쳤다.

친이계는 27일 세종시 수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돌아설 수 없는 강'을 건넜다. '3월 초 수정안 국회 제출-토론 및 수정안 당론 확정-4월 국회 처리'라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앞으로 3달 동안 장기전을 불사할 태세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제 되든 안 되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정부와 친이계의 속도전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부결될 게 뻔한 수정안을 토론해 당내 분란만 일으킨다는 책임론도 제기했다.

양측의 입장이 확고하게 갈리면서 당 안팎에선 "'한지붕 두가족' 상황을 해소할 때가 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혼 서류에 도장 찍기까지 수순 밟기만 남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27일 당 중진회의에선 이런 우려를 내비친 원로 의원의 발언에 오히려 설전까지 오갔다.



박희태 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당내 일각에서 분당설이 나오고 있다"며 "'단생산사'(團生散死: 단합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그러나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워낙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에 이를 (입법예고 같은) 공적인 토론에 붙일 경우 같은 식구끼리 감정의 앙금만 남고 결론 없는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박종근 의원도 "국론분열, 지역별 민심동요, 당내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이렇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냐"며 "국론을 좀 더 모으고 당정간 폭넓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친이계 핵심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헤겔은 '역사는 정반합의 변증법적 논리로 발전 한다'고 했다"며 "정반합의 치열한 투쟁과 토론이라는 변증법적 논리에 따르면 훌륭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광근 사무총장도 "시끄럽다고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해가서도 안 된다"며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친이·친박 공방은 장외에서 더 치열했다.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민주정당에서 수정안을 논의조차 못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수정안으로 당론변경을 하는 게 마땅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세종시 백지화 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해 국론분열을 심화시키고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가고 있다"고 맞받았다.

공방이 격화되자 소장파 의원들은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남경필 의원은 이날 중진회의에서 "수정안을 강제당론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절대 반대"라며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플러스 알파를 내세우면서 당내 토론과 소통을 안 하는 것도 민주절차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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