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계열·조선사 CP발행 급증

더벨 황철 기자 2010.01.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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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시장 분석-②]업종 또는 계열 위험 노출기업 비중 확대

더벨|이 기사는 01월22일(15: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기업어음 시장에서는 비우량사들의 CP 발행량이 크게 늘어났다. 발행잔액의 규모는 A1등급이 절대적으로 많지만 A2-이하 등급의 비중이 커졌다.



특히 금호·두산·현대중공업 계열 또는 업종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이 CP를 통해 단기자금을 수혈해 갔다. 신용시장의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았다는 점도 CP 발행을 늘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삼호·STX조선·두산인프라 등 조선사 CP급증



지난 1년 여간 일반기업(공기업·ABCP 제외) 중 CP 잔액이 크게 늘어난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업황 부진, 계열사 리스크 등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A2~A3- 등급 기업들로 상대적으로 신용 위험이 큰 기업들이다.

순증 상위 10대 기업 중에는 최근 워크아웃에 돌입한 금호그룹 계열사가 네 군데(금호석화·금호타이어·대한통운·아이사아항공)나 속해 있다.

현대삼호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7,790원 ▲30 +0.39%)·STX조선해양 (0원 %) 등 조선업황 부진으로 몸살을 앓아온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대한전선 (14,830원 ▼750 -4.81%)·대우차판매 (0원 %) 등 최근 영업력 약화로 자금난을 호소한 업체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CP시장에 등장해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 갔다. 순증액 기준 일반기업 중 가장 큰 액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세계 최대 조선그룹(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 급감으로 선수금이 줄면서 부족한 현금을 충당하기 위해 기업어음을 적극적으로 발행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09년 3월 처음으로 1100억원의 CP를 찍었고, 22일 현재 잔액을 5439억원까지 늘렸다. 그나마 CP 잔액 중 3400억 원 정도가 만기 1년 이상 중장기물이어서 단기상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조선 관련 업체인 STX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 (7,790원 ▲30 +0.39%)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업황 부진과 그룹 리스크 증가로 CP의존도를 크게 높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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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해양은 지난해 2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656억원의 기업어음을 발행했고, 현재(22일) 2654억원의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역시 08년 11월 5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연말 2822억원으로 잔액을 늘렸다. 올 1월에도 590억원 어치의 CP를신규 발행해 현재 3412억원의 미상환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09년초 대비 각각 2654억원, 2412억원 잔액이 증가했다.

대한전선·대우차판매의 경우 원자재가격 상승, 업황 부진 등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겪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CP시장에서 자금을 긴급 수혈해 왔다. 통상 1일~6개월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며 각종 대금 지급과 만기물(회사채·CP) 차환·상환에 나섰다.

대한전선은 09년초 1852억원이던 CP 잔액을 연말 5508억원으로 늘렸다. 1년6개월물 253억원 어치가 섞여 있지만 대부분 만기는 6개월 이하다. 최근 보유 유가증권 유동화 등으로 일부 상환에 나서 22일 현재 잔액은 4423억원으로 다소 줄었다.

대우차판매는 09년초 CP 잔액이 300억원에 불과했지만 연말 3897억원으로 늘어났고 현재 2816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금호그룹 계열사, 긴박했던 자금난 방증

금호그룹의 경우 지난해 긴박했던 자금난을 방증하듯 금호석화·금호타이어·대한통운·아이사아항공 등 4개사가 순증 1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올 들어 잔액이 급속도로 줄고 있지만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실질적 상환 유예로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 채권단의 지원 하에 향후 만기도래액을 현금 상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 (6,390원 ▲70 +1.11%)의 현재 CP 잔액은 1806억원, 1325억원(09년말 2292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연 초 만해도 미상환 기업어음 물량(잔액 ‘0’)이 전혀 없었다.

대한통운 (93,900원 ▼400 -0.42%)·아시아나항공 (10,420원 ▲10 +0.10%) 역시 지난해처음으로 CP 발행에 나서 현재 각각 2088억원, 1650억원의 잔액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증권 (42,750원 ▲1,450 +3.51%)은 최고 우량도를 자랑하는 대형 금융사로서 유일하게 순증 10대 기업 안에 끼어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1700억원을 처음으로 조달한 이래 현재 3100억원까지 잔액을 늘렸다. 순증액 기준 현대삼호중공업 다음으로 큰 규모다. 콜 시장 개편 등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규제에 대비한 선제적 조달로 풀이된다.

종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CP 시장에서는 신용 위험이 두드러진 업종·기업 중심으로 발행량이 크게 늘어났다"며 "대부분 크레딧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한 A2~A3 기업들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았던 영향 또한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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