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미생·증자…국회는 고사성어 공방중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0.01.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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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고사성어 바람이 한창이다. 발단은 '세종시'다. 민심을 잡으려는 여론전 홍수 속에 너나할 것 없이 옛 얘기를 갖다 댄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5일 최고위원회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격언을 꺼내들었다. "우리는 과거에 사는 자가 아니라 미래에 살 자"라는 말이었다. 정 대표는 이 격언을 설명하며 "세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정치인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를 이틀 앞둔 시점이라는 데 주목했다. 당 안팎에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수정안을 관철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 14일에도 '미생지신(尾生之信)'이란 고사를 인용했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 미생이 폭우에 강물이 넘치는데도 연인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고 자리를 지키다 익사했다는 내용이다.



정 대표는 당시 "미생지신의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야권 등 수정안 반대파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박 전 대표는 18일 미생지신을 인용해 반격에 나섰다.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됐고 그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 손가락질을 받았다"는 논리였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당 원로인사와 만난 자리에서도 "세종시 문제는 '미생지신'이라기보다 '국민지신(國民之信)'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문제를 융통성이 없거나 어리석게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는 식으로 보면 안 된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여러 차례 국민에게 한 약속인 만큼 국민과의 신뢰 문제"라며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신뢰를 강조한 '증자의 돼지' 고사도 들린다.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얘기다. 울음을 그치면 돼지를 잡아주겠다는 어미의 말은 꼭 실천해야만 자식이 부모를 믿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역시 박 전 대표가 측근들에게 신뢰와 약속을 강조하며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약속을 지킨 부모를 본 증자의 아들이 빌린 책을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밤중에 친구 집에 다녀왔다고 한다"는 고사의 뒷얘기를 전하며 다시 한 번 신뢰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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