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행사 주최자로 나서다보니 참석자가 예상보다 더 몰렸다. 앉을 자리가 없어 적잖은 참석자들이 서서 설명을 들었고 준비된 책자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금감원이 국내 금융회사를 '초청'해 업무설명회를 갖는 것은 창립 이래 처음. 김종창 금감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2차 포에니전쟁을 사례로 들며 감독당국과 금융회사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금융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상당부분 완화됐지만 아직도 위험요인이 대내외적으로 산재해 있는 전환기라는 점을 명심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KB금융지주 사태를 둘러싼 '관치 논란' 등을 의식해서인지 금감원은 모양새에도 신경을 썼다. 당장 장소만 봐도 금감원의 고민이 느껴진다. 통상 금감원이 주체가 돼 진행하는 행사는 금감원 빌딩 대강당에서 열렸지만 이번엔 은행회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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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행사가 열릴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불러들이는 것 같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본 행사 때도 금융당국의 '권위'를 강조하기보다 검사 방향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올해 금감원 업무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금융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워할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형은행의 검사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소비자보호가 미진한 금융회사를 공개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업권별로도 '강화' '규제' 등의 용어가 설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때문인지 질의응답 시간 참석자들의 발언은 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계적 감독 추세 흐름은 이해하지만 은행의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규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감독 방향을 보면 감독과 현장 검사 강화인데 사전적 예방을 강화하는 대신 현장 검사를 줄여 업계의 부담을 낮추는 게 낫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알리안츠보험 관계자는 "불합리한 금융관행과 제도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도개선 실적과 향후 추진 방향을 설명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이석근 금감원 경영지원본부장(부원장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보호와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한국만 강화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린 금감원 감독서비스총괄국장도 "많은 이해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감독 강화 흐름에 대해선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