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검사주기 2년→1년 단축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10.01.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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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찾아가는(?)' 업무 설명회

금융감독원이 25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2010년 업무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회사 임직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대형 행사다.

금융감독당국이 행사 주최자로 나서다보니 참석자가 예상보다 더 몰렸다. 앉을 자리가 없어 적잖은 참석자들이 서서 설명을 들었고 준비된 책자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소통 강화'. 지난해 6월 외국 금융회사와 언론을 대상으로 업무 설명회를 연 게 호평을 받자 대상을 국내로 넓혔다.

금감원이 국내 금융회사를 '초청'해 업무설명회를 갖는 것은 창립 이래 처음. 김종창 금감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제2차 포에니전쟁을 사례로 들며 감독당국과 금융회사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우세한 병력에도 로마 장군 스키피오에게 대패한 것은 주변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총성 없는 전쟁터인 세계시장에서 우리 금융산업이 최강자로 부상하려면 감독당국과 금융회사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올바른 전략을 수립,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상당부분 완화됐지만 아직도 위험요인이 대내외적으로 산재해 있는 전환기라는 점을 명심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KB금융지주 사태를 둘러싼 '관치 논란' 등을 의식해서인지 금감원은 모양새에도 신경을 썼다. 당장 장소만 봐도 금감원의 고민이 느껴진다. 통상 금감원이 주체가 돼 진행하는 행사는 금감원 빌딩 대강당에서 열렸지만 이번엔 은행회관으로 무대를 옮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행사가 열릴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불러들이는 것 같다는 지적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본 행사 때도 금융당국의 '권위'를 강조하기보다 검사 방향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 올해 금감원 업무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금융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워할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형은행의 검사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소비자보호가 미진한 금융회사를 공개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업권별로도 '강화' '규제' 등의 용어가 설명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때문인지 질의응답 시간 참석자들의 발언은 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세계적 감독 추세 흐름은 이해하지만 은행의 수익성 등을 고려할 때 규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감독 방향을 보면 감독과 현장 검사 강화인데 사전적 예방을 강화하는 대신 현장 검사를 줄여 업계의 부담을 낮추는 게 낫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알리안츠보험 관계자는 "불합리한 금융관행과 제도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도개선 실적과 향후 추진 방향을 설명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이석근 금감원 경영지원본부장(부원장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보호와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한국만 강화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영린 금감원 감독서비스총괄국장도 "많은 이해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감독 강화 흐름에 대해선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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