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은행 책임 아냐" 로스 교수 법정증언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10.01.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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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미국 MIT대 교수..'은행책임' 앵글 교수와 상반돼

"키코(KIKO)는 수출기업의 환헤지 상품으로써 적합한 상품이고, 은행과 기업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구조가 아니다."

스티븐 로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교수가 21일 국내 법정에서 키코 계약으로 은행이 폭리를 취했다는 로버트 앵글 뉴욕대 교수의 진술을 반박했다.



로스 교수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2부(재판장 변현철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D사와 우리은행·외환은행 간 소송에 피고 측 증인으로 출석해, 환율 급등으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도산은 은행 책임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그는 키코에 대해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단시 상황에 맞게 단순 선물환을 변형한 상품"이라며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에 따라 설계된 합리적 상품"이라고 말했다.



키코가 불공정한 상품이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D사와 "키코의 경우 환율이 급락하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기업에 불리한 상품"이라고 진술한 앵글 교수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로스 교수는 "계약 당시 수출기업 입장에서 환율이 상승하면 기업은 키코 계약에서 손해를 발생하더라도 달러화에서 이익이 발생해 양자가 상쇄된다"며 "이것이 헤지의 기본원리"라고 설명했다.

달러화를 보유한 기업이 키코 계약을 체결해놓고 환율 상승에 손실을 봤다고 하는 것은 헤지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앵글 교수의 증언에 대해 "이익과 위험의 대등한 교환이라는 파생상품의 기초를 무시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이 키코 거래를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반박했다. 키코 거래에서 은행은 전체 계약금액의 0.3~0.8%의 마진으로 거둔 점을 들어 "국제적인 금융 관례나 다른 금융상품 거래 사례와 비춰볼 때 적절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의 마진이 기업의 기대이익의 764배로 산정됐다는 원고 측 주장에 "옵션의 가격을 산정할 때 계약 당일(2008년 2월 22일)이 아닌 10년 전의 변동성 값을 적용해 자의적으로 측정했다"고 반박했다. 계약 당일에는 변동성 값이 4~5% 수준이었지만, 10년 전에는 15배 수준의 70%였다는 것이다.



로스 교수는 파생상품 가격과 관련된 이론인 '재정가격결정이론'을 확립했고, 미 재무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파생상품의 권위자로 꼽힌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글 교수는 지난달 17일 D사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키코 사태에 은행이 책임이 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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